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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대통령 ‘피의 귀국’ … 예멘 내전으로 치닫나

중앙일보 2011.09.26 00:55 종합 16면 지면보기



박격포 쏴 시위대 진압 … 40명 사망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69·사진) 예멘 대통령이 평화를 약속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한 지 하루 만에 정부군의 무력 진압으로 최소한 40여 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예멘에서는 33년 동안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수백 명이 사망했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 23일 사우디에서 돌아왔다. 지난 6월 폭탄테러로 중상을 입어 치료를 위해 예멘을 떠난 지 3개월 만이다.



 뉴욕 타임스(NYT) 등은 24일(현지시간) “살레 대통령의 역할과 의도가 무엇인지를 두고 나라 안팎에서 궁금증이 일고 있다”며 “25일 살레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이 있을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돌아온 것은 대포와 AK-47 소총 발사 소리뿐”이라고 보도했다. 또 “그의 귀국으로 예멘 사태는 아주 폭력적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살레 대통령은 귀국 직후 국영 사바뉴스를 통해 ‘평화의 비둘기와 올리브나무 가지’(평화와 화해의 상징)를 들고 왔다고 말했다. 또 모든 지역의 봉쇄를 풀고 군대를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24일 밤 예멘군은 지난 2월부터 반정부 시위대가 노숙하며 정권 퇴진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는 수도 사나의 ‘변화의 광장’을 급습했다. 정부군은 박격포를 발사하고 텐트를 불태웠으며, 주변 건물에서는 저격수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의료진과 목격자들은 최소한 17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살레 대통령의 아들 아메드가 이끄는 정예부대인 공화국수비대는 알리 오센 알아마르 소장이 지휘하는 제1기갑사단을 공격했다. 제1기갑사단은 예멘군에서 이탈한 군인들로 구성돼 있으며, 사나 북서부에 진지를 구축하고 시위대를 보호해왔다. 사단 대변인은 이날 교전으로 부대원 11명이 숨지고 11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사나 북부에 있는 하사바 지역에서는 살레 대통령의 라이벌인 하시드 부족과 예멘 정부에 충성하는 부족 사이에 충돌이 빚어져 18명이 숨졌다.



 민간인들의 희생이 커지자 유엔과 미국도 살레 정권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러시아·중국 등이 회원국으로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양 진영이 폭력을 중단하고 예멘 국민이 이끄는 권력 이양 과정으로 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지체 없이 민주주의 체제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위원회(GCC)는 양쪽에 휴전을 촉구하고, 권력 이양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에 즉각 서명하라고 살레 대통령을 압박했다. 하지만 살레 정권은 2012년 1월까지 기다렸다 선거를 치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정부군의 공격이 중단되자 변화의 광장에는 다시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며 “이집트·튀니지·리비아와 같은 ‘독재자 축출극’을 희망하는 예멘 국민들에게 살레 대통령의 귀국은 목표를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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