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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저축은행 불법 대출 … 금감원, 지난 달까지 몰랐다

중앙일보 2011.09.26 00:42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18일 문을 닫은 7개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감독이 부실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법인이 지적한 불법대출을 정기검사에서 잡아내지 못했고, 우체국예금을 통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왜곡도 수년간 방치했다.


10년간 6400억 … 회계법인 지적에도 적발 못 해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회계법인은 지난해와 올해 3월 경기도 일산 고양종합터미널의 시행사인 종합터미널고양㈜에 대한 2008~2010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제일·제일2·에이스저축은행의 우회대출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양터미널의 공동사업자인 중소기업과 특수목적법인(SPC)이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에 대해 “특수관계자 명의로 차입해 실질적으로는 회사(시행사)가 사용하고 있다”며 “차입금에 대한 이자도 시행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동일인에게 자기자본의 20%를 넘겨 대출해줄 수 없는 법규를 회피하기 위해 이들 저축은행이 시행사가 내세운 제3자를 통해 차명대출을 해줬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시행사의 전·현직 임원 4명은 공동사업자로 참여한 기업과 SPC 6곳의 임원도 맡았다. 저축은행들은 이런 곳을 포함한 50여 개 공동사업자에 대해 약 10년 동안 6400억원을 불법대출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지난달 일제 경영진단 때까지 이런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제일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금감원 정기검사를 무사히 통과해 BIS 비율이 8%에 가까운 정상 저축은행으로 분류됐다. 금감원은 올 7월에야 에이스저축은행에 대해 한도 초과 대출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서류에 사업자의 감사보고서가 첨부되지 않았던 걸로 안다”며 “부실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또 지난해 상반기까지 저축은행들이 우체국예금을 통해 BIS 비율을 사실상 조작하는 걸 묵인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저축은행들이 분기 말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넣었다가 다음 분기 초에 빼는 방식으로 BIS 비율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에 예금하면 위험가중치가 20%로 잡히지만 우체국예금에 넣으면 0%로 간주하는 허점을 이용해 자본 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꾸며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특히 반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6월과 12월 말이면 2조원이 넘는 금액이 일시적으로 예치됐다”며 “금융 당국이 뻔히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규정을 바꿔 이런 행위를 금지했지만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금피아(금감원+마피아)’ 중심의 낙하산도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7개 저축은행 중 대영을 제외한 6곳에 모두 금감원 출신 감사나 감사위원이 포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은 “7개 저축은행의 등기 임원 81명 중 24명이 금감원과 한국은행·국세청·기획재정부 등 정부 요직 출신을 포함한 금융공공기관 출신”이라고 밝혔다. 한편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정부 합동수사단은 영업정지 된 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에이스·대영·파랑새 등 7개 저축은행의 전·현직 경영진과 대주주 등 30여 명에 대해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25일 밝혔다.



나현철·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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