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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세계 5대 화학강국 쾌거

중앙일보 2011.09.26 00:14 경제 8면 지면보기






박오옥
세계화학엑스포 조직위원장




석유 자원이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세계 5대 화학강국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급속한 발전을 이뤄 낸 유례는 없을 것이다. 불과 30년 전인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매우 빈약했다. 그 당시에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우리나라 연구논문 숫자를 인구 1인당으로 나눈 값은 미국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발표 논문 수가 급증하면서 지금은 미국의 80% 수준에 이르렀다. 일본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화학 분야가 이 같은 연구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월 유네스코와 화학 분야 전 세계 연합체인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이 선정한 ‘세계 100인의 화학자’에 서울대 현택환 교수, KAIST 유룡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현 교수가 지난 10년간 발표한 82편의 논문은 다른 연구자의 논문에 무려 6587회나 인용됐다. 유 교수의 연구성과 또한 세계 최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리며 한국 화학학계에 힘을 실어 줬다. 유 교수는 큰 구멍과 작은 구멍이 규칙적으로 혼재하는 벌집 모양의 제올라이트를 개발해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화학 분야의 눈부신 연구성과는 화학산업을 일으키는 원천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표백제·합성비료·플라스틱·나일론 등 합성물질 개발로 시작된 화학산업은 에너지·반도체·신소재·우주항공 분야를 비롯해 LED·LCD 산업의 핵심기술로 활용됐다. 그 결과 한국이 세계 5위의 화학 강국으로 발전하는 놀라운 쾌거를 이뤘다. 그간 정부는 화학 분야에 아낌없이 지원했고, 대학에서도 적극적으로 화학과를 개설해 이제는 화학과가 없는 4년제 대학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화학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내엔 아직까지 국가경쟁력으로서 화학의 패러다임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 화학 분야의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기술 교류와 시너지를 위한 자리도 마찬가지다. 화학산업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도 부족했다. 대다수가 화학산업을 ‘굴뚝산업’이라 부르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으로 오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화학산업을 발전시킨 분들의 노고와 자존심에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 유엔이 정한 ‘세계화학의 해’를 맞이해 산학이 협력해 국내 최초로 화학산업 최대 행사인 ‘세계화학엑스포’를 개최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화학산업이 생활밀착형 산업으로서 한국 경제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기회이자 그간의 불명예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만하다. 이번 엑스포에는 화학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화학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책 토론의 장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내의 우수한 화학기술을 발표하는 우수기술 발표회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학 분야 교수들이 화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일반인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화학도 이번 기회에 더욱 가깝게 다가선다. 생활과 밀접한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그린화학 페스티벌’을 비롯해 화학 분야의 취업박람회도 열린다. 화학산업에 필요한 전방위적인 축제의 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세계화학엑스포는 산학이 함께 참여해 화학연합의 장을 만들고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같은 공동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우리에게 노벨 화학상이 안겨질 날도 멀지 않았다.



박오옥 세계화학엑스포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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