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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삼승의 law&Book] 미국 헌법 제정 200주년에 나온 『재앙의 월요일』

중앙일보 2011.09.26 00:12 경제 18면 지면보기






양삼승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영산대 부총장




미국 헌법 제정 200주년이 되던 1987년. 경축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그때 책 한 권이 출간됐다. 조엘 디 조지프가 쓴 『재앙의 월요일(Black Mondays)』이었다. 미국 대법원이 지난 200년 동안 내린 판결들 중에서 ‘최악의 판결’ 24개를 골라 책으로 엮어 낸 것이었다. 통상 미국 대법원은 월요일에 판결을 선고하는 전통이 있는 것을 감안한 제목이었다. ‘헌법 규정’과 ‘헌법 현실’이 가장 근접한 나라라고 평가받는 미국. 그리고 미국의 자랑으로 신앙처럼 추앙받는 미국 대법원의 아픈 과거를 구태여 그 200주년 기념일에 맞추어 되짚어 보는 발상이 지극히 미국적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책 서문에 현직 대법관(더굿 마셜)이 10장에 가까운 서문을 기꺼이 써 준 점이었다. 책에 실린 24개의 판결 중에는 ▶노예제도의 인정 여부 ▶흑인 차별의 합헌성 여부 ▶안식일(일요일)에 상점을 열 수 있는지 여부 등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반면 ▶3회에 걸쳐 합계 229달러를 훔친 피고인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것이 합헌인지 ▶법관의 영장 없이 피의자의 친척 집을 수색할 수 있는지 ▶사생활이 문란한 16세 딸의 임신을 걱정해 엄마가 본인 모르게 판사의 결정을 받아 불임시술을 한 것이 적법한지 등 우리에게도 흥미진진한 사안들도 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생각을 새롭게 하고 넓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 ‘사상 최악의 판결’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2006년 제주도 도지사 선거가 치러진 직후였다. 선거법 위반 사실을 포착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공무원들이 선거 관리용 조직표를 만들어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도지사 집무실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문제는 검찰이 도지사실이 아니라 ‘인접한 다른 방’을 둘러보며 불거졌다. 다른 방에서 범죄를 입증할 수도 있는 내용이 기재된 수첩을 압수한 것이었다. 기소된 도지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당선무효가 될 수 있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고 우리 로펌의 문을 두드렸다. 의뢰인을 방어하기 위해 고심하다 새롭게 생각을 해보자 싶어 각종 문헌과 외국 판례의 검토에 들어갔다.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장소에서 압수한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란 물음을 던지면서 사건은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공개변론을 거친 끝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양삼승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영산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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