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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 비세 - 승부수를 찾아라

중앙일보 2011.09.26 00:03 경제 15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천야오예 9단 ●·박정환 9단









제 6 보



제6보(52~64)=박정환 9단은 어려서부터 사활(死活)에 강했다. 사활에 강하다는 건 수읽기에 능하다는 뜻이 된다. 현대 바둑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무엇보다 ‘주먹’이 강해야 한다. 그 점에서 박정환은 잘 훈련된 파이터인 셈이다.



그런 뛰어난 무예를 지녔음에도 박정환은 쉽게 싸우지 않는다. 물론 걸어오는 싸움까지 피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기풍은 아니다. 박정환이 ‘이세돌과’가 아닌 ‘이창호과’로 분류되는 이유다.



 그러나 오늘은 돌이 공격적으로 흐르고 있다. 전공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얘기다. 초반 어디선가 삐끗한 뒤로 바둑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전보 마지막 수인 흑▲의 공격은 비장감마저 내뿜고 있다. 지금 형세를 보면 좌변 백 넉 점은 하변 흑 석 점보다 월등하다. 우변 백 10집에 덤을 보태면 상변 흑집과 비슷하다. 흑은 공격을 통해 뭔가 크게 얻어 내지 못하면 곧바로 던져야 할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



 52로 달아나고 53으로 쫓는다. 54와 55는 맞보기의 곳. 그렇더라도 가뜩이나 피곤한 흑에 56, 58의 선수는 고통 그 자체다. 백은 드디어 62, 64로 달아난다. 어딘지 모르게 스텝에 여유가 있다. 머리를 박박 깎은 천야오예가 문득 자리를 뜬다. 흑은 급하다. 승부수를 찾아내야 한다. 턱을 괸 채 고심하는 박정환. 그의 이마에 난 여드름 몇 개가 문득 눈길을 끈다. 빵집에서 놀 나이인데 벌써 세계적인 승부사라니! 그게 가끔은 믿어지지 않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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