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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분석] '인천남편살인사건' 20대 주부, 네티즌들 구명운동 부른 그녀의 글…어떻길래?

온라인 중앙일보 2011.09.23 09:16






인천남편살인사건 피의자 A(27)씨가 사건 전인 18일 새벽 올렸던 육아카페 글 캡처







"아이에게서 엄마를 빼앗지 말아주세요." "아이가 불쌍합니다. 형량이라도 줄여 주세요."



부부싸움 도중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20대 주부에게 선처를 베풀어달라는 청원 운동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 A(27)씨는 평소 한 육아 카페에 3살 아이를 수시로 폭행하는 남편 때문에 괴롭다는 글을 수 차례 올렸다. 그녀가 썼던 글을 봤던 네티즌들이 사건을 접한 뒤 안타까운 마음에 이같은 청원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도대체 A씨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그녀를 위해 왜 이토록 수많은 네티즌들이 발 벗고 나서는 걸까.



◇ "아빠 자리 뺏고 싶지 않아 참았다" 괴로움 호소=21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19일 오후 인천 자신의 집에서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 B(40)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부부싸움 과정에서 남편이 3살 아들의 목을 잡고 끌고 가는 모습에 격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건 발생 하루 전인 18일 새벽. A씨는 평소 자주 찾는 육아 카페에 들렀다. 그녀가 '빨간 여우'라는 필명으로 남긴 글의 제목은 "남편의 뺨을 때렸더니 집을 나갔네요"였다.



사연인즉 이렇다. 그녀는 "아기가 울 수도 있는데 '야 울지마!'하면서 애 뺨을 때리더라구요.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차라리 저를 때리라고 해도 저 때리면 사단날까봐(이혼) 애를 패네요. 아기가 아주 어릴 때부터요. 순간 저도 모르게 신랑의 뺨을 때렸네요. 차라리 날 때리라고 그러면서 온몸을 던져 아기를 감싸 안았어요. 아기가 울며 잠들었네요"라고 썼다.



당시 이 글에는 "마음이 아프다" "아기가 받았을 상처가 걱정된다"는 카페 회원의 글이 잇따랐다. A씨는 "일주일에 (아기를)몇 번 때리나 횟수도 세어봤다. 많을 때는 3번이었다. 남자끼리 패싸움 하는 수준으로 때린다"고 했다.



A씨가 이날 육아 카페에 올린 글에 따르면 남편에게는 내연녀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에겐 내연녀가 3명이나 있다. 뺨 때린 제가 잘못한 건가요 아니면 제가 남편에게 버림받은 것인가요"라고 적기도 했다.









당시 A씨의 이 글에 수많은 카페 회원들이 댓글을 달았다.







보다 못한 카페 회원들은 "아빠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 "그렇게 괴로우면 차라리 이혼해라"라는 댓글이 잇따랐다. 그러나 A씨는 "신랑이 아무리 개망나니 같아도 애 아빠니까 제 손으로 아빠 자리는 뺏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아빠 왜 없냐는 원망을 들을까 무서웠다"며 그간 힘들게 참아왔다는 답글을 올렸다. "제가 엄마 없이 자라서 한부모 가정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어떻게든 엄마 아빠 다 있는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도 적었다.



이날 A씨는 카페 회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19일, 사건이 터졌다.









A씨는 사건 이전에도 육아 카페에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수시로 올렸다.







이전에도 A씨는 육아 카페에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수시로 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결국 독한 맘 먹고 집을 나왔어. 울 아버지는 해남에 내려와 혼자 사시거든. 그거 알아? 결혼하고 아버지 집에 처음 와봤어. 그것도 내가 집을 나가서야 올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보다 며칠 앞서서는 "처음 글 써봐.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 난 인천에 사는 84 쥐띠 엄마야. 난 나이 많은 남편하고 살아. 13살 많아. 지가 돈 벌어온답시고 유세 떨고 그동안 내가 임신해서도 애 낳고도 벌어 먹여 살렸어. 애 봐줄 친정 엄마도 없을 뿐더러 친정 가정 환경도 너무 열악해" "한 시간이라도 애 맡기고 친구들 만나고 싶어도 그러고 살지 못해" "'여보, 나 조금만 놀다 올께' (이렇게 이야기하면) '애기 깨면 난 애기 죽여버릴 거야. 그러니 맘대로 해'라고 남편이 말한다" "새장 안의 새도 나보단 삶이 더 나을 것 같아.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이혼하고 싶어"라고 적기도 했다.



◇ "아이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어" Vs "지나친 동정"=A씨의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뒤 선처를 호소하는 서명 운동이 인터넷에 벌어지고, 그녀를 도울 방법을 고민하는 카페도 생겼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20일부터 "3살 아들을 대신한 엄마의 정당방위. 피의자의 선처를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서명 운동을 제안한 네티즌 'yours'는 "세상 엄마라면 누구라도 자식이 위험한 순간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버린다"며 "이 사건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안타까운 사건이며, 살인이 아닌 정당방위를 적용해 아빠 손에 수없이 폭력을 당한 불쌍한 3살배기를 엄마가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선처해주시길 바란다"고 썼다. 4만 명을 목표로 한 서명은 22일 오전 11시 현재 2만5000여 명이 서명했다.



네이버에는 A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카페가 20일 개설됐다. 1300여 명의 회원들은 탄원서 양식을 공유하고, 아이에게 물품을 지원할 방법을 고민하며 모금 운동을 펼치는 등 A씨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살인이 엄연한 '범죄'인 만큼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살인을 합리화 시키지 말라. 원한에 의한 살인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 때마다 합리화 시킬건가"라며 지나친 동정을 경계했다.



그러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범한 실수" "무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선처 운동 등으로 형량이라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맞서는 글이 올라오는 등 해당 사건을 둘러싼 공방이 팽팽하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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