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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화(火), 자녀에게는 독(毒)

중앙일보 2011.09.23 04:40 9면



‘지혜로운 분노 조절과 우리 아이 기질 찾기’ 특강



이근형 소장이 천안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지혜로운 분노 조절’이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자녀에게 화 내며 함부로 말을 내뱉는 부모, 부모의 권위에 눌려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아이. 이런 식으로 살면 가정은 사라집니다. 이런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합니다. 부모는 말 안 듣는 자녀 때문에 힘들고 자녀도 화내기만 하는 부모 때문에 힘들죠. 가족이 서로 상처만 받게 되는 겁니다. 가정에서 망가진 아이는 학교에서도 망가지는 법입니다.”



이근형(57) ㈔한국아동발달지원연구센터 소장은 17일 천안 신안초등학교에 모인 학부모들에게 ‘지혜로운 분노조절’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이 소장은 “부모가 먼저 분노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하며 자녀를 한 인격체로 보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찾아온다”고 말했다. 또 “분노 조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서 벗어나 ‘실천’과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 상처는 오래 간다



“장남인 형님 옷을 항상 물려받았죠. 한 번은 신발을 빨리 물려 받으려고 일부러 망가뜨렸습니다. 형이 엄마한테 이르는 바람에 엄청 혼났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래 이 사람들하고 말 안 한다’라며 화를 삭혔습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상처를 받았죠. 어른이 돼서 타지 생활을 할 때 어머니가 보고 싶어 고향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하루만 지나면 화를 내고 돌아 오더라고요. 나이 40이 넘어서도요.”



이 소장이 밝힌 어린 시절 상처에 대한 경험이다. 이 소장은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이런 행동은 당사자의 ‘피해의식’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전부 간직하고 있다. 상처받은 경험은 지속적으로 당사자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또한 “부모가 자녀를 혼내 ‘죄송하다’는 말을 들어 낸다 고 해서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 특히 아버지의 권위에 눌려 어쩔 수 없이 하는 사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자신보다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하는 사과는 되려 자녀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혜롭게 분노를 조절할 줄 알아야



이 소장은 분노는 욕구의 좌절에서 오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신 또는 상대방의 모습이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화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분노하게 된 ‘상황’은 사라지고 분노의 ‘감정’만이 남게 됩니다. 결국 화는 자기 자신의 문제이며 상대방에게 전가시킬 수 없는 부분이죠.”



그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객관화해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멀리서 이 상황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 화가 나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화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나지사 명상’을 추천했다. 나지사 명상을 설명하기 위해 자녀가 공부는 하지 않고 컴퓨터게임만 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했다. 먼저 첫 번째 단계로 ‘아들(딸)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객관화 하라고 했다. 이후 두 번째 단계로 ‘내가 평소에 공부하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쌓였겠지’, ‘잠깐 쉬려고 하는 건데 내가 뭐라고 하면 짜증이 나겠지’라는 식으로 수긍이 가는 많은 상황을 되풀이 하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그래도 아들(딸)이 있어서 감사하다. 건강하니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라고 했다. 설명한 단계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고 시를 읊조리듯 말하라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공들이고 실천해야 한다



이 소장은 “부모들이 화를 내지 않고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아 학생의 부모와 상담을 해보면 10년 동안 아이를 망가트려 놓고 연구소에서 와서 한 번 상담 받으면 좋아질 줄 알더라고요. 10년 망가진 아이가 하루 아침에 바뀌겠습니까. 아이를 고치려면 적어도 1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데 그걸 참아내지 못하는 부모가 많아요.”



이 소장은 일부 부모는 교육이라는 핑계로 가정에서 자녀들을 강압하려고만 든다고 했다. 교육은 학교기관에 맡겨야 하며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쉽게 되진 않는다.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이 소장은 5년 전 뇌졸중을 앓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가 말 한마디 하지 못해 2년간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으로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다시 강의할 수 있게 됐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조한대 인턴기자



◆나지사 명상=용타 스님(행복마을 대표)이 ‘~구나, ~겠지, 감사’의 끝 글자를 따서 이름 진 마음 치유법. 단계별로 나눠 상황을 이해하고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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