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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드라마 명소서 우리도 그들처럼

중앙일보 2011.09.23 04:10 Week& 1면 지면보기






‘최고의 사랑’ 속 벽화와 메뉴판이 그대로인 서울 평창동 카페 모네. 그곳에 가면 모두가 독고진과 구애정이 된다.

















지난 9일 서울 평창동 카페 모네. 나란히 들어간 커플 한 쌍이 수많은 빈자리를 놔두고 벽화 앞 테이블까지 가서 앉는다.



 “구애정이 매일 앉아 있던 자리네!” “응. 여기서 윤필주가 구애정한테 단팥빵 주면서 고백했잖아. 아, 그때 윤필주 진짜 멋있었는데.”



 커플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윤필주(윤계상 분·이하 ‘분’ 생략)와 구애정(공효진)이 되기라도 한 듯한 분위기였다. 벽화를 배경으로 한참 동안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이제 TV 연속극은 저녁 시간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다. 우리네 지친 삶을 위로하고 나아가 여행 레저 판도까지 바꾼다. 드라마에서 주요 무대로 등장한 장소는 하나같이 명소가 돼 사람들이 밀려든다.



 서울 청파동 ‘쌍대포 소금구이집’. 돼지갈비 굽는 허름한 대포집이지만 허구한 날 손님으로 위장한 관광객이 줄을 선다. 영화와 드라마 수십 편이 이 집에서 촬영됐다. 그러니까 지친 주인공이 낡은 대포집에서 소주잔을 홀짝이고 있는 장면이 나오면 열에 아홉은 이 집에서 찍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데 요즘 이 집에도 변화가 생겼다. 돼지껍데기 매출이 확 오른 것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현빈)의 대사 한마디 때문이었다. “녹여 먹을 거야!”



 이제 드라마 촬영지는 드라마를 열성적으로 지켜본 시청자에게 성지와도 같다.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다니다 여행 에세이집 『드라마 인 서울』(황소자리)을 펴낸 조수현(31)씨는 “요즘 사람들은 단순한 관광지보다 그곳만의 스토리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 같다”며 “드라마 촬영지에 가면 드라마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명소 탐방의 시작은 역시 ‘겨울연가’다. 드라마가 끝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요즘도 ‘겨울연가’ 촬영지 남이섬엔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이후 지자체마다 드라마 촬영지를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고, 최근엔 여행사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도 아우르는 드라마 촬영지 투어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렇고 그런 일상이 답답하다면 잠시나마 드라마 속 주인공이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창신동에 있는 ‘시크릿 가든’ 길라임(하지원)의 집 앞에 앉아 김주원의 ‘꽃미소’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시티헌터’에서 김나나(박민영)의 집이었던 서울 냉천동 금화시범아파트에서 김나나와 이윤성(이민호)의 그네 키스를 재연해 보면서 말이다.



 더욱 생생한 느낌을 위해 떠나기 전 드라마 복습은 기본. 가는 길에 들을 드라마 삽입곡도 미리 준비하면 좋다. 함께 드라마 장면을 회상하며 촬영지 찾기의 즐거움을 나눌 동반자까지 있다면 ‘띵~똥!’(‘띵똥’의 뜻을 아는 당신을 드라마 ‘최고의 사랑’ 열혈 시청자로 인정한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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