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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앰배서더 호텔, 홍준표·손학규 심야 회동 왜

중앙일보 2011.09.23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양승태 동의안 표결 전날 담판 … “정당정치 살려내자”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1일 ‘양보 정치’를 선택했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처리하기로 하자 “투표에 불참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반발을 물리치고 “대법원장이 축복 속에 임명되는 것을 바란다”며 당 소속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도록 하는 결단을 내렸다. 인준안은 찬성 227표, 반대 17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이에 앞서 손 대표는 20일 밤 서울 강북의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만났다고 양당 관계자들이 22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여야가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두 대표가 만나 각자 입장을 피력하고 민심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정당정치를 살려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대표가 이날 밤 터놓고 대화를 했으며, 그게 손 대표의 표결 참여 결단에 영향을 미쳤을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회동은 손 대표가 20일 오후 홍 대표에게 제안해 이뤄졌다고 한다. 다음은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홍·손 대표의 대화록.



 ▶손 대표=우리가 정치를 하는데 정치가 실종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홍 대표나 나나 여야 대표로서 실종된 정치를 복원할 책임이 있다.



 ▶홍 대표=정치다운 정치를 하자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손 대표=여당이 내일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면 그걸 먼저 하고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도 처리하자. 양 후보자 동의안은 내가 처리되도록 하겠다. 내가 본회의장 연단에 나가 직접 호소할 생각이다. 그런 다음 조 후보자 선출안도 처리하자. 여기서 한나라당이 통 큰 정치를 보여달라. 조 후보자 선출안도 처리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



 ▶홍 대표=그건 약속할 수 없다. 우리는 내일 양 후보자 동의안은 반드시 처리한다. 대법원장 자리를 언제까지 비워놓을 순 없다. 170석에 가까운 여당이 그것도 처리하지 못하면 해체하는 게 맞다. 우린 어떤 일이 있어도 양 후보자 동의안은 처리한다. 조 후보자 선출안 처리 문제는 국정감사가 끝난 다음 생각해 볼 테니 내일 민주당도 통 큰 모습을 보여 달라.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했던 말도 전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의총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이 중립적 사법기관이라면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사법기관으로 성격이 다르다. 이런 사항은 헌법책에도 나온다. 헌재는 정치적 사법기관이므로 보수적 인사뿐 아니라 진보적 인사도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인사는 안 된다. 의원들은 이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홍·손 대표는 21일 아침 7시쯤 전화통화를 했다 한다. 이때 손 대표는 “조 후보자 선출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통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고, 홍 대표는 “어제 말씀 드린 대로다. 조 후보자 문제는 국감 이후에 논의하자”라고 말했다 한다. 이 과정을 전해들은 국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여함에 따라 한나라당이 부담을 느끼게 됐다. 조 후보자가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조 후보자 선출안도 매끄럽게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쌓여 장외의 강자들이 기존 정치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두 대표가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모처럼 잘 보여줬다.”



 홍 대표는 사석에서 손 대표를 ‘형님’이라고 부른다. 1999년 홍 대표는 의원직 상실로,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 낙선으로 워싱턴으로 연수를 떠났고 두 사람은 이곳에서 우정을 쌓았다. 이런 ‘워싱턴 인연’이 두 사람 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됐다는 게 양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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