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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나흘새 67원 추락 … 문제는 물가다

중앙일보 2011.09.23 03:00 종합 12면 지면보기



1달러 = 1179.8원 … ‘환율 쇼크’ 금융시장 강타



‘호황과 불황’ 두 얼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자선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클린턴의 밝은 표정이 그가 이끌던 1990년대 호황 경제를, 오바마의 굳은 얼굴이 경기 둔화에 시달리는 현 경제상황을 각각 대변하는 듯하다. [뉴욕 로이터=뉴시스]





환율쇼크가 또 한번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원화가치는 22일 전날보다 달러당 29.9원 떨어진 1179.8원에 마감했다. 이틀 걸러 하루에 30원씩 떨어지며 나흘간 67원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9월 8일 이후 1년여 만이다.



 당장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졌다. 김중수 한은총재는 2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포럼에서 ‘한국 경제의 거시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한국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상승하기는 했으나 신흥국 평균보다는 낮고 외채 만기연장률이 100% 이상에 달하는 등 위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계속 원화가치가 떨어질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물가관리는 한층 더 험난해졌다. 8월 소비자물가(전년 대비 상승률)는 당초 한국은행 전망을 훌쩍 뛰어넘어 3년 만에 5.3%를 기록했다. 정부는 9월 이후엔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봤으나 뜻밖의 환율 변수로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011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0% 떨어지면 소비자물가는 연간 0.8%포인트 오른다. 한은 관계자는 “올 1~8월 물가상승률이 평균 4.5% 안팎으로 관리목표 상한인 4%를 이미 넘어선 상태”라며 “9~12월에 물가가 안정돼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은이 당장 물가 중시로 급선회하기도 힘들다.



김 총재는 9월 금융통화위원회 후 “금리를 올렸다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며 “한국 경제를 놓고 베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가보다는 대외불안의 규모와 파장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주도하는 금통위는 이미 물가보다는 경기에 방점을 찍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올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올렸지만 “경기를 의식해 너무 소극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외환당국은 희비가 엇갈린다. ‘속도는 걱정이지만 방향은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워싱턴에 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제윤 재정부 제1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방향이든 시장이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제금융시장을 면밀히 주시하라”고 주문했다. 구두개입이지만 강도가 세지는 않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원화가치 하락 자체는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대외균형이 가장 중요한 만큼 지금 시점에선 경상수지 흑자를 불러오는 원화가치 하락이 나쁘지는 않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연구위원은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불안심리가 커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원화가치 하락이 우리 실물경제나 외환유동성에 문제가 있어 불거진 게 아닌 만큼 과도한 당국 개입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변동이 외부불안에 대한 국내 경제의 충격을 완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문제에서 비롯된 일은 아니지만 급격한 유출에 대비한 전략은 필요하다”며 “한은의 외환보유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리먼사태 당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과 같은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 하락세 출발=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장 초반 2% 이상 급락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이날 장중 3∼4% 하락세를 보였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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