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역 살리는 엔도르핀, 마을기업 <중> 주민 주주가 자립을 일군다

중앙일보 2011.09.23 03: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영국 시골마을 살린 ‘주민 주주의 힘’



지난 7일 영국 옥스퍼드셔 이슬립의 마을가게에서 헨리에타 레슬리 대표(오른쪽)가 물건을 사러 온 주민에게 거스름돈을 주고 있다. [옥스퍼드셔=전영선 기자]





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110㎞ 떨어진 옥스퍼드셔 타클리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인구가 1000명 남짓한 마을 중심부에는 주민들이 설립한 ‘올인원센터(All-in-one Centre)’가 있다. 1층짜리 올인원센터는 마을의 유일한 수퍼이며 세탁소이자 우체국이다. 이 마을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났다.



그러자 상점이 문을 닫고, 우체국 같은 공공시설과 편의시설이 사라졌다. 마을이 공동화할 위기였다.











 고민 끝에 타클리 주민들은 2004년 아이디어를 냈다. 주민들의 출자와 모금, 대출 등으로 40만 파운드(약 7억2000만원)를 마련해 ‘타클리 올인원센터’라는 마을가게(마을기업)를 세웠다. 지난 7일 올인원센터에서 만난 바버라 보한 대표는 농가에서 들여온 달걀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센터를 찾은 92세의 존 오스틴 할아버지는 “운전을 못 하고 혼자 생활하기 때문에 이 가게가 없었다면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인원센터가 자랑하는 것은 ‘자립’이다. 가게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빌렸던 돈을 2년 전에 모두 갚았다. 이 센터의 연간 매출액은 20만 파운드(약 3억6000만원). 지난해는 4000파운드(72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순이익은 마을 자선사업에 썼다. 보한 대표는 “마을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가게이기 때문에 많은 이익을 낼 필요는 없다”며 “적자만 내지 않고 운영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올인원센터 운영에 참가했다. 주주로 등재된 70여 명의 주민들은 이사회를 구성해 센터를 이끌고 있다.



 타클리에서 20㎞ 떨어진 이슬립도 버스 노선이 없는 인구 5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도 주민들이 돈을 모아 설립한 마을가게 ‘빌리지숍(village shop)’이 있다. 헨리에타 레슬리 대표와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한다. 레슬리 대표는 “외부 지원 없이 주민들이 스스로 가게를 운영한 결과 가게는 마을의 구심점이 됐고, 주민 간 유대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제 막 시작한 한국의 마을기업에선 아직 정부 지원이 ‘생명줄’이다. 인구 8만 명의 전북 완주군은 한국형 마을기업의 실험장으로 꼽힌다. 현재 70여 개의 마을기업이 사업을 하고 있다. 완주군 고산면의 영농조합법인인 ‘건강한 밥상’도 이 중 하나다. 조합원 100명이 12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해 사업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지원금 7000만원, 전라북도 공동체사업 지원금 3억1000만원이 투입됐다. 건강한 밥상은 고추·깻잎 등 지역 농산물 11개 품목을 포장한 ‘꾸러미’를 개당 2만5000원에 판다. 직원도 15명이나 고용해 주위의 기대를 받고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는 꾸러미 하나를 팔 때마다 1000원씩 손해를 본다. 전북도의 직원 인건비(110만~150만원) 지원이 끝나는 2014년까지 자립해야 하는데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재석 대표는 “매월 1만 개 이상을 팔아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현재는 한 달에 5000개 정도가 팔린다”며 “학교나 음식점에도 농산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셔 =전영선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