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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 끓일 고추, 옥상 텃밭서 길러요”

중앙일보 2011.09.23 01:40 종합 22면 지면보기



채소 자급자족 도시농부 급증



함은경씨가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 자신의 집 옥상에 조성한 텃밭에서 재배한 고추를 보여주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22일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 이층 단독주택. 주부 함은경(39)씨가 저녁 식사로 된장찌개를 끓이다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는 고추·들깨·상추·대파·파프리카·방울토마토 등 갖가지 채소들이 가로 50㎝, 세로 30㎝의 사각형 화분 20여 개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함씨는 “밖에서 사온 먹거리는 안전한지 의심부터 드는데 내가 키운 채소라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리 과정에 나온 음식 쓰레기는 부엌에서 키우는 지렁이에게 준다. 지렁이가 먹고 훌륭한 거름을 내놓기 때문이다. 먹고 남은 음식물은 톱밥 변기의 배변과 섞어 미생물로 발효시키면 친환경비료가 된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동일하이빌 아파트에는 다른 아파트에 없는 것이 있다. 공동 텃밭이다. 단독주택에 비해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농사짓기가 까다롭다. 햇빛이나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작물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시공사는 이런 점을 고려해 단지 내에 660㎡의 텃밭을 조성해 분양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 이준호(44)씨는 “아파트에 살면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함께 농사를 짓다 보니 수확한 채소도 나눠 먹을 정도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함씨와 이씨는 ‘도시농부’다. 이런 도시농부가 부쩍 늘고 있다. 안전하고 값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도시농부가 늘면서 농부학교도 번성하고 있다.



 도시농부를 키우는 도시농부학교는 2005년 서울에서 첫선을 보였다. 처음에는 한 해 50여 명의 도시농부를 배출했다. 2008년 이후 부산·대전·대구·광주 등 전국 대도시에 도시농부학교가 퍼졌다. 현재 민·관·시민단체 합쳐 30여 개의 도시농부학교 중 20여 개가 올해 새로 문을 열었다. 해마다 2000여 명의 도시농부가 배출된다.



 농부학교에서는 텃밭 만들기와 씨앗 심기를 가르친다. 먼저 화분이나 옥상텃밭 등 장소를 선택한 후 깊이 30㎝ 이상 흙을 깐다. 손바닥에 올려서 ‘후’ 불면 날아가거나 흔들릴 정도로 작은 쌈채소 씨앗은 흙 위에 그냥 뿌려주면 된다. 그 위에 물을 뿌리면 흙이 튀면서 저절로 덮어주기 때문이다.



배추 등 중간 크기의 씨앗은 손가락 한 마디 깊이(1㎝)로 흙을 파 심는다. 옥수수·콩·오이 등 큰 씨앗은 몸 크기의 2~3배 정도로 흙을 덮어준다.



 농부학교에서는 퇴비 만드는 법, 병해충을 잡는 법 등 친환경 농사에 필요한 지식도 배울 수 있다.



 안철환 전국귀농운동본부 소장은 “도시에서도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도시농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함은경씨 추천 농사일지 ※ 옥상 등 텃밭용



3월 밭 만들기, 감자 심기



4월 열무·상추·쑥갓·파·콩옥수수 씨 뿌리기



5월 고추·오이·호박·토마토 열매채소 심기, 들깨 씨 뿌리기



6월 고구마 심기·각종 열매채소 지주 세우기, 감자·양파·마늘·오이·고추·호박 수확



7월 토마토·콩·옥수수 수확



8월 거름 주기



9월 시금치 씨 뿌리고 갓 ·배추 모종 심기



10월 양파·마늘 심고 고구마 수확



11월 무·쪽파·배추 수확



◆도시농부=아파트나 주택의 베란다나 옥상을 이용해 친환경농산물을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집과 떨어진 주말농장과 달리 도시농부는 집 안에서 농사를 짓는 게 차이점이다. 농사를 짓고 싶어 귀농을 꿈꾸지만 교육·경제적 여건 등으로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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