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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금요헬스실버] 강철 체력 그들, 왜 암에 쓰러지나

중앙일보 2011.09.23 01:11 종합 8면 지면보기



스포츠 스타와 건강 암으로 세상 등진 장효조·최동원, 암 투병했던 박철순·최인선



2005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은 최인선 전 SK 나이츠 감독이 22일 경기도 광주시 자신의 집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야구의 전설’ 장효조·최동원 두 거인이 이달 잇따라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이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박철순 전 OB 베어스 투수도 대장암에 걸려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프로농구 SK 나이츠 최인선 전 감독은 2005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체력과 건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스포츠 스타들에게 암이 찾아온 이유는 뭘까.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은 위·간암, 나머지 세 선수는 대장암에 걸렸다. 네 명이 걸린 암은 모두 술과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 장 전 감독과 최인선 전 감독은 소문난 애주가였고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도 술을 즐긴 편이었다.



 장 전 감독의 마지막 주치의였던 부산 동아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성욱 교수는 “장 전 감독이 암에 걸린 이유는 과도한 음주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평소 매주 서너 번씩 술을 마셨고 앉은 자리에서 소주 1∼2병을 비운 것이 간에 큰 부담을 줬다.














 이 교수는 “알코올 총량(전체 섭취량)이 과했던 것 같다”며 “간암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진 B형 또는 C형 간염은 없었다”고 말했다. 장 전 감독은 두 가지 암(위암과 간암)을 앓았는데 위암은 수술이 가능했으나 간암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최동원 전 감독도 예전에 맥주와 막걸리를 즐겼다. 박철순 투수도 술을 즐기는 편이었다.



 최인선 전 감독도 대장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거의 매일 소주를 1병 이상 마시는 ‘주당(酒黨)’이었다. 그는 “농구 선수나 감독은 스트레스가 심하고 열량 소모가 많은 운동을 하는 데다 장(腸)이 길어서인지 술이 세다”고 말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오릭스 버팔로스)처럼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선수도 있지만 야구·농구 선수들은 유독 술과 관련된 일화가 많다.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선수는 올해 음주운전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선동열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현역 시절 술 실력만큼은 최동원 전 감독보다 한 수 위라는 말을 들었다.



 2년간 프로야구단 선수 진료를 맡았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과 김병천 교수는 “회식 때 양주를 글라스에 담아 원샷(한꺼번에 마심)하고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는 선수들을 여럿 봤다”며 “근육이 많아서인지 일반인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주량이 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창 선수로 뛸 때는 근육량이 많고 신진대사가 활발해 웬만해서는 취하지 않지만 술에는 장사가 없다”며 “운동을 쉬거나 나이가 들면 암이 찾아오는 것은 일반인과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음주는 대장암 발생 위험을 배가량 높인다. 하루 30g(소주 석 잔)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면 대장암이 촉발된다.



 과도한 운동도 스포츠 선수의 암 발생 요인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가벼운 운동이나 적당량의 운동은 면역력을 높여 암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운동강도가 너무 세면 오히려 노화를 촉진하고 암의 주범인 활성(유해)산소를 더 많이 생기게 한다”고 말했다.



 젊을 때 직업으로 운동을 한 사람이 나이 들어 운동과 담쌓고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치열한 승부, 주전 경쟁, 기록 유지…. 다른 직업군이 겪지 않는 운동선수만의 스트레스다. 장효조·최동원 전 감독의 경우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지만 오랫동안 야인 생활을 했다. 건국대 스포츠과학부 차광석 교수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호르몬 균형이 깨지거나 혼란이 생겨 면역기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선수들은 건강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등한시한다. 장효조 전 감독의 경우 지난 7월 말 건강검진을 받은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최인선 전 감독은 “대장암 가족력(家族歷)이 있었는데도 무모한 자신감 탓에 정기검진을 3∼4년 미루곤 했다”며 “대장 내시경 검사를 일찍 받지 않은 게 후회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암 수술 후 오전 6시에 일어나 30분 이상 달린다. 그 이후 철봉에 매달려 배를 치는 운동을 한다. 고구마·바나나·땅콩·호도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장 건강에 이로운 음식들이다.



 그를 수술한 대항병원 이두석(대장암 전문의) 부장은 “최인선 전 감독에게 지난해 대장암 완치 판정을 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황대용 교수는 “체력이나 체격이 좋고 신체 기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암이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며 “대장암 3기에만 발견해도 3명 중 2명은 낫기 때문에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흡연도 이들의 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최동원 전 감독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장효조 전 감독, 박철순 선수는 담배를 즐겼다. 최인선 전 감독도 가끔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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