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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축소보다 부자증세” 유럽에 ‘버핏세’ 도미노

중앙일보 2011.09.23 00:57 종합 14면 지면보기



영국·프랑스 이어 이탈리아 등도 추진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이른바 ‘버핏세(Buffet rule)’가 여러 나라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재정적자와 세수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미국에서 나온 이 아이디어가 불을 댕겨준 셈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발 빠르게 최고소득 계층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일본도 이와 유사한 성격의 세금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19일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논의하면서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에게 중산층보다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매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오바마는 “이들이 향후 10년간 새로운 방식대로 세금을 납부할 경우 전체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세금 부과 시스템이 더욱 공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수퍼리치(거부)에게 증세를 하자’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버핏은 지난달 14일 뉴욕 타임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내 비서도 소득의 36%를 세금으로 내는데 나는 17.4%밖에 내지 않는다”며 상위 0.3%의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촉구했다. 지난달 23일엔 프랑스 로레알 그룹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Liliane Bettencourt) 등 프랑스의 억만장자 16명도 부유층에 ‘특별 기부세’를 신설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며 이에 호응했다.



독일의 ‘부자 증세를 위한 부유층 모임’은 아예 “2년간 5%의 ‘부유세’를 내면 1000억 유로(약 160조원)의 추가 조세 수입을 거둘 수 있다”며 성명을 냈다.



 유럽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 국내외로부터 세금을 늘리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스페인·그리스는 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금 및 복지 혜택을 더 줄여 다수의 빈곤층 표를 잃기보다 소수 부유층에 세금을 더 매기는 쪽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3%의 부유층에 세금을 더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 세금에 ‘연대세(solidarity tax)’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유 있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내어 가난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하지만 미국에선 공화당 및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부자 증세는 경제원칙에 어긋나고 중소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주장이다. 루벤 아비 요나 미시간대 교수는 “세율이 지금보다 낮을 때에도 증세에 대한 반대는 심했으며 정부가 세금을 현명하게 쓸 것이란 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세율을 50%까지 확대한 뒤 투자와 고용이 억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경원 기자





◆버핏세=‘투자의 귀재’로 불리며 활발한 기부활동으로 유명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이름을 딴 ‘부유층 대상 세금’을 가리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소득층 증세 방안도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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