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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굶고 5시간 기다렸는데 …” 먹통 서버에 30분째 1번 손님만

중앙일보 2011.09.23 00:05 경제 4면 지면보기



저축은행 가지급금 신청 첫날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 예금자에 대한 가지급금 신청이 22일 시작됐다. 이날 번호표를 받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예금자들이 굳게 닫힌 은행 문 안을 살펴보고 있다. [김도훈 기자]





“아침도 굶고 5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전산이 다운됐다는 게 무슨 소리냐.”(프라임저축은행 고객 이규석(80)씨)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냐. 내가 피해자인데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제일저축은행 고객 김성희(42·여)씨)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대영·파랑새·에이스) 예금자를 대상으로 한 가지급금 신청 첫날. 해당 저축은행 본·지점과 접수를 대행하는 시중은행 영업점에선 아우성이 일었다.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예금보험공사 전산망이 오전 한때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과 창구에서 가지급금 신청이 한 시간 동안 먹통이 됐다.



 이날 오전 기업은행 가락동지점. 대영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 예금자 30여 명이 대기 중이었다. 서버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30분 넘게 1번 손님만 접수하고 있었다. 노원구에 사는 장모(85)씨는 “오전 5시30분 첫차 타고 나왔는데 누굴 놀리는 거냐”며 화를 냈다. 그는 결국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보에 따르면 이날 가지급금 신청이 폭주하면서 예금보험금을 갖고 있는 농협과 예보를 연결하는 전산망이 오전 9시5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장애를 일으켰다. 예보는 지난 3월 부산저축은행 가지급금 접수 때도 서버가 다운된 적이 있다. 당초 예보 측은 이번엔 서버를 증설해 대비해놨다고 했다. 하지만 또 같은 문제가 일어났다. 서승성 예보 정보시스템실장은 “최대 100만 명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전산망 장애의 원인이 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예보는 당분간 한 시간에 4만 명까지만 가지급금 신청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조절하기로 했다.



 접수대행을 맡은 시중은행의 준비 부족도 혼란을 키웠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창구 혼잡을 줄이겠다며 6개 은행(농협중앙회,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199개 지점에서도 가지급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8개 지점에선 예보 전산망 접속에 오류가 발생해 이날 오전 11시 이후에나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은행 가락동 지점에서는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이 은행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29개 지점은 아예 이날 저녁까지 전산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지급금 대행 업무를 한다는 사실이 전날 오후 늦게 확정돼,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가지급금을 신청한 예금자는 6만 명 정도로 집계됐다. 7개 저축은행 전체 예금자(64만4398명)의 10%가량이 신청한 것이다. 이날 각 저축은행 지점엔 새벽부터 번호표를 받아가려는 예금자가 긴 줄로 늘어섰다. 성남시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은 이날 하루에만 5000명이 넘게 번호표를 받았다. 전날부터 와서 밤을 새운 예금자도 있었다.



 7개 저축은행 가지급금 신청은 11월 21일까지 인터넷이나 해당 저축은행, 인근 시중은행 창구에서 할 수 있다. 인터넷 신청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가능하다. 가지급금은 신청 당일 계좌로 이체되는 게 원칙이지만, 신청이 몰리면 다음 날 지급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지급금 신청은 2개월 동안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천천히 받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글=한애란·김혜미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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