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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헤리티지] 차선영씨의 ‘대대로 물려받은 특별한 시계’

중앙일보 2011.09.22 08:23 주말섹션 5면 지면보기



“추억 있기에 명품이죠”





“아름다운 시계를 손목에 차고 나니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아 비로소 나도 사회인이 되는구나’ 하는 마음이오.”



주얼리 디자이너 차선영(29)씨는 5년 전 어머니가 물려준 시계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금으로 된 줄, 베젤(테두리) 주변에 말발굽 모양을 이루며 작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피아제’ 시계다. 피아제는 1874년 스위스 주라 산맥의 작은 마을 라코토페에서 조르주 피아제가 시계 제작소를 열면서 시작된 브랜드다.



“대학 졸업 선물이었어요. 그전까진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면 됐지 굳이 손목시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거예요. 어머니가 20 여 년 전 할머니께 물려받은 피아제 시계죠.” 3대를 이어온 시계를 “아껴가며 특별한 날에만 찬다”는 선영씨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서랍 속에서 몰래 훔쳐보곤 했던 그 시계였어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보증서며 시계 상자도 함께였지요. 절로 빛이 나는 듯한 황홀한 기억…. 그런 기억 덕분에 전 이 시계를 ‘나만의 진짜 명품’이라 여기게 됐답니다.” “브랜드가 명품이어서라기보단 이 물건을 볼 때마다 미소 짓게 해 주는 인상과 기억이 진짜 명품”이란 얘기다.









차선영씨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액세서리들. 윗줄 왼쪽부터 물방울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의 시계는 1980년 제조된 것으로, 출시 당시 가격은 1만7720 스위스 프랑이다.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2200여만원에 달한다. 검정 오닉스 다이얼(시계판)과 피아제 특유의 ‘그물세공법’으로 만든 시곗줄이 특징이다. 베젤 윗부분을 동그랗게 감싼 작은 다이아몬드 알갱이가 시곗줄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도록 섬세하게 디자인돼 있다. 사용된 다이아몬드는 모두 41개로, 총 중량 1.33캐럿이다. “아무리 ‘신상’이 좋은 시대라지만 전 오래된 물건이 더 좋아요. 흔히 살 수도 없고 진짜 내게만 있는 사연을 담았기 때문이죠.” 그는 영국의 디자인 계열 명문 학교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 재학 시절, 런던의 앤티크 거리 “‘포르토벨로’에 자주 들렀다”고 했다. 포르토벨로앤티크거래자협회(PADA)에 따르면 이곳은 세계 최대 중고물품 거래 시장이다. 노점은 매주 토요일 열린다. “일종의 ‘보물찾기’예요. 앤티크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건에는 저마다이야기가 가득하죠.”



“사연 있는 물건은 제각각 명품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선영씨는 앤티크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도 어린 시절의 추억, 앤티크가 안겨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의 보석함을 보며 주얼리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죠. 물건을 보면서 ‘이 시계를 처음 받았을 때 엄만 어떤 모습이었을까’ ‘엄마가 지금 내 나이에 이 시계를 차고는 어떤 옷을 입고 어디에 다녔을까’ 하고 상상하곤 했어요.”



2008년 자신의 주얼리 브랜드인 ‘파나쉬’를 낸 선영씨는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다른 액세서리에도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만의 명품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어머니가 결혼예물로 받았던 물방울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바로 그런 경우다. 무도회에 나온공주의 드레스를 닮은 화려한 은제 받침대를 새로 덧대 물방울 다이아몬드와 어울리게 했다.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거예요. 다이아몬드를 새로 살 순 있지만 세월을 간직한 나만의 사연은 어디서도 살 수 없으니까요.”



글=강승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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