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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대기업, 계열사에 몰아준 일감 90%가 수의계약”

중앙일보 2011.09.22 03:00 경제 4면 지면보기



물가 안정·동반 성장 ‘행동대장’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수 위원장



김동수 위원장은 올해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경제관료 중 한 명이다. 그도 그럴 만하다. 그는 이명박 정권 하반기 최대 화두인 ‘물가 안정’과 ‘동반 성장’을 최전선에서 집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 초 취임 직후부터 “물가 당국이라 불러도 좋다”며 물가 잡기에 팔을 걷었다. 이달 초엔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동반 성장을 위해 중소 납품업체의 수수료를 인하하라”며 협약서를 들이밀기도 했다. 정권의 ‘행동 대장’ 역할을 맡은 그의 행보를 놓고 다소 과격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좀 비싸다 싶은 라면(신라면 블랙)이 나오자 부리나케 조사해 과징금을 물리고, 우유값이 오를 낌새가 보이자 소비자단체와 함께 유기농 우유를 때렸다. 15일 서울 서초구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게 불편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만난 사람=이정재 경제데스크





-물가 잡으려 업체 팔목 비튼다고 원성이 높다.



 “물가가 찍어 누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단 건 잘 안다. 시장 논리를 거스르자는 건 아니다. 다만 물가 상승 분위기를 타고 부당하게 오르는 가격은 막자는 거다. 예컨대 자기 파는 물건의 원료값은 그대로인데도 옆집 식당이 값 올린다고 따라 올리는 식당이 생긴다. 이런 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들인 공에 비해 효과가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수치(물가 인상률)가 높게 나왔으니…. 드릴 말씀이 없다.”



 -신라면 블랙, 유기농 우유 같은 건 너무 직접적인 압박 아닌가.



 “신라면 블랙은 워낙 이슈가 컸다. 대표적 서민 식품인 라면이 기존 가격보다 세 배 가까이 비싼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았기에 한번 들여다본 거다. 유기농 우유 성분 분석은 소비자단체에서 조사한다길래 예산을 대 준 것뿐이다.”



 - 애플이 한국 시장 애프터서비스 약관을 바꿨다. 세계에서 처음인데, 그만큼 공정위가 센가.



 “공정위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항의를 했다. 들여다봤더니 약관이 우리나라 법률과 안 맞는 부분이 있더라. 그래서 ‘이런 항의도 많고 우리나라 법은 이렇다’ 하고 알려줬을 뿐이다.”



 -애플도 팔 꺾은 거 아닌가.



 “팔 꺾일 사람들인가.(웃음)”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는 잘 마무리됐나.



 “조사 결과가 일부 나왔는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20개 대기업의 광고·시스템 통합(SI) 발주 결과를 살펴봤더니, 계열사 물량은 90%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넘어갔더라. 대기업도 할 말이야 많겠지만 국민 정서는 그게 아니지 않나.”



 -해법이 있나.



 “연말까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질 텐데, 제일 중요한 건 자율적인 노력이다. 자기들이 문화를 정착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금 4대 그룹 총수들을 직접 만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동반성장과 관련해 자율선언을 하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대기업들이 ‘우리는 입찰을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원칙을 정했으면 한다.”



 -왜 자율선언인가.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면 안 되나.



 “물론 처벌하면 된다. 그런데 처벌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다. 법을 교묘하게 피해 무늬는 공정 경쟁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계열사에 일감을 줄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진정성이 중요하다.”



 -최근 유통업체 대표들 불러놓고 수수료를 깎도록 했는데.



 “지방 중소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얘기를 듣는데 백화점 납품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백화점 횡포가 너무 심하다. 못 살겠다’ 그러더라.”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유통업체 오너는 “지난 정권보다 사업하기 어려워졌다”고 하던데.



 “그분께 묻고 싶은 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 정권 들어와서 수수료 올렸는지 안 올렸는지, 영업이익이 낮아졌는지 높아졌는지. 분명히 수수료 올리고, 이익은 더 높아졌을 거다.”



 -최근에 일각에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출총제를 없애서 계열사가 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건 아니다. 역대 계열사 수 추이를 보면 출총제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출총제는 2009년 3월에 폐지했을 때 이미 유명무실한 법이었다. 괜히 부활시켜 놨다간 효과는 없이 국제적으로 ‘규제 많은 나라’고 오해만 받기 십상이다.”



정리=임미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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