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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강한 엄마가 돼라”

중앙일보 2011.09.22 02:58 주말섹션 2면 지면보기



시오노 나나미 “세계적 작가보다 엄마 노릇 중요하다”
시오노 나나미가 들려주는 ‘자식에게 강한 엄마’
“엄마에게 함부로 한다? 바로 응징해라 ”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의 흥망성쇠 속에서 훌륭한 어머니상(像)을 찾았다. 잘난 자식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더 잘난 엄마를 그는 꿈꿨다. 그러면서 그는 “어렵지만 즐거운 작업”이라며 엄마 노릇에 만족해했다.





올해로 일흔 넷인 시오노 나나미가 다시 화제의 중심 인물이 됐다. 신작 『십자군 이야기』의 인기 덕이다. 그는 중앙일보 f섹션 발간에 맞춰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젊었을 때는 살기 위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썼지만, 지금은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간다”고 했다. 나이를 잊은 열정이다.



하지만 이토록 왕성한 시오노의 창작열에도 ‘휴지기’는 있었다. 바로 외아들 안토니오 시모네(37)의 유아기 때다. 시오노는 1972년 『신의 대리인』을 출간한 뒤 80년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펴내기까지 무려 8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렸을 땐 오전에만 일을 하고 오후시간엔 아이와 함께 보내려고 작정을 했는데, 그마저도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는 게 그가 밝힌 이유다. 세계적인 작가 자리보다 엄마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시오노. 그의 ‘엄마론(論)’을 따라가봤다. 그의 자녀교육 원칙은 그의 문체처럼 짧고, 명쾌하고, 강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가 고고학을 전공하게 된 데는 평생을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 역사에 천착했던 엄마의 영향이 컸을 터다. 사진은 서재 책장을 바라보고 있는 시오노. [사진 제공=문학동네]






대화의 주도권을 쥐어라



 시오노는 “자녀와 대화할 때 부모가 의식적으로 대화의 테마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화의 주도권을 부모가 쥐라는 얘기다. 자녀가 원하는 대화의 주제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 눈치볼 필요도 없다. 그런 식의 타협은 자식들도 싫어한다. 시오노는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이어야 오히려 대화가 자연스럽고 오래 이어진다”고 했다.



 대화 중 난폭한 말대꾸는 절대로 봐줘서는 안된다. 특히 어머니한테 버릇없이 말대꾸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금물이다. 시오노는 “누구나 인간 관계의 기본을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만들어간다”면서 “어머니에게 버릇없이 행동하다 보면 다른 사람한테도 거리낌이 없어진다”고 했다. 어머니라면 자식의 폭언을 참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참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자식의 버릇없는 짓이 발붙일 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오노는 지난해 일본 잡지 ‘크루아상’과의 인터뷰에서 "자식과 올바르냐, 올바르지 않냐를 두고 언쟁을 하는 것도 쓸데없는 소란”이라며 "부모가 판단해 ‘꼴사나운 짓’이라면 못하도록 막아라”고 조언했다.



 시오노는 자식이 잘못을 했을 때는 ‘즉각 응징’을 권했다. “너 그렇게 하면 화낸다” 식의 사전 경고를 하면 아이는 맞설 태세를 취하게 되고 도리어 반항심이 싹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겨를을 주지 말고 잘못한 즉시 혼을 내라는 게 시오노의 해법이다.



 ‘마더 콤플렉스’를 꿈꿔라



 시오노는 ‘마더 콤플렉스 예찬론’을 펼쳤다. 어미의 영향력이 유소년기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까지 강하게 작용하는 게 뭐가 나쁘냐는 주장이다. 시오노는 마더 콤플렉스를 두 가지로 구별했다. ▶자식이 못나 같은 정도로 못난 어미의 영향을 받는 ‘낮은 수준’의 마더 콤플렉스 ▶자식이 꽤 잘났으나 어미도 못지않은 인격을 갖췄기에 자식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마더 콤플렉스, 이렇게 두 가지다. 시오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 상당수 역사적 영웅들이 높은 수준의 마더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들 뒤에는 용의주도하고 정열적이고 재능있는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시오노는 야박하다 싶을 정도로 무시하는 입장을 취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보듯 부친은 씨를 뿌린 다음에는 ‘부재’가 당연하고 늘 있는 편이 도리어 이상하다”고 했다. 또 “그 ‘씨’를 키우는 것은 절대적으로 어머니의 권리”라면서 “당당히 어머니의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강조했다.



어머니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시오노는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시오노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했을 때였다. 시오노의 어머니는 딸의 귀 뒤를 씻어주면서 “너 남자가 키스할 때 지저분하면 곤란하지 않겠니?”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오노는 남자가 꼭 귀 뒤에 키스를 한다고 어린시절 내내 믿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영향력은 어떻게 발휘돼야 할까. 자식이 성장함에 따라 어머니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시오노의 귀띔이다. 어렸을 때는 뭐든 시중을 들어주는 관계였겠지만, 자란 뒤에는 매사에 의논상대가 돼주는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 큰 자식들의 신변잡기 뒤치다꺼리에 종종거리는 수준의 영향력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일침이다.



 자식의 ‘홀로서기’가 목표



 어떤 동물이든 부모는 자식을 성심성의껏 돌보고 키워주지만 목표는 자식의 홀로서기다. 인간세계도 마찬가지다. 빨리 잘 키워서 떠나보낼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오노는 “부모의 사랑은 연인의 사랑과 달라야 한다”고 짚었다. 연인의 사랑은 되도록 오래 자기 곁에 붙들어놓고 싶어하는 마음이지만, 부모의 사랑은 빨리 독립시키려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시오노는 “냉정한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밝고 아름답고 귀여운 것만 보여주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조언이다. 국제 뉴스를 배제한 채 고만고만한 ‘고향의 화제’로 시간을 채우는 TV 뉴스에 대해서도 시오노는 불만을 드러냈다.



 시오노는 모국어 공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외국어 공부를 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외국어보다 중요한 것은 모국어”라고 꼬집은 것이다. 시오노는 “실제로 외국인이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 나라 말을 줄줄 지껄이는 사람이 아니라, 말은 서툴러도 무언가 전달할 것이 있는 사람 쪽”이라고 했다. 말 자체보다 그 속에 들어있는 ‘콘텐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를 위해 시오노는 아들을 키우며 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고 한다. ‘자기 머리’로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시킨 셈이다.



이지영 기자



시오노 나나미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63년 가쿠슈인 대학 철학과를 졸업했고, 이듬해 이탈리아로 건너가 독학으로 고전 공부를 시작했다. 70년 이탈리아인 의사와 결혼해 74년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를 낳았고, 이혼한 뒤에도 줄곧 이탈리아에 거주하며 아들을 키웠다. 92년부터 매년 한 권씩 집필, 2006년 제15권으로 마무리지은 『로마인 이야기』가 그의 대표작. 현재 로마에서 총 3권으로 기획된 『십자군 이야기』를 마무리 작업 중이다.



여성섹션 ‘에프’ >> f는 여성입니다. 여성(femme)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머리글자입니다. 여성들에게 멋지고(fabulous), 즐거운(fun)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f는 여성의 얼굴을 상징합니다. 세상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는 현명하고 우아하며 당당한 여성입니다. 국내 일간지 최초의 여성섹션 f가 멋진 여성들의 친구(friend)로서 매주 목요일 아침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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