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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댐 수위 낮추라니 … 정부, 현지 의견 너무 무시”

중앙일보 2011.09.22 01:57 종합 23면 지면보기



박맹우 시장 기자회견



박맹우 시장













“정부가 지방 현지 의견이 너무 무시하고 있다. 제발 귀 좀 기울여달라.”



 박맹우 울산시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자청,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과 관련해 중앙정부를 직설적으로 반박했다. “그동안 추진해 온 정부 방안(사연댐 수위 조절 및 대체 상수원 확보)이 무산됐으면 울산시의 방안을 검토해볼 만도 하지 않은가. 무조건 사연댐 수위부터 낮추자는 종래의 문화재청 입장만 강요하고 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장이 정부를 대놓고 공격하기는 이례적이다.



 -중앙정부가 외면한다는 근거는.



 “문화재청의 실무진 입에서 무조건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수용하라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2003년 당시 문화재청의 입장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상류에 있다.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자면 사연댐 수위를 낮춰야 하는데, 그럴 경우 저수량이 줄어 울산시민이 식수난을 겪게 된다는 게 딜레마다.



 -무시당하고 있는 부분은 뭔가.



 “우선, 탁상에서 이론상 계산한 것 갖고 현장에서 계측한 것을 배척하는 처사다. 울산시 조사결과 수위를 낮추면 15만t 규모의 사연댐이 상수원 기능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울산시 식수의 45%나 되는 양이다. 수위를 낮추지 않은 현재도 물이 모자라 18%를 낙동강 물로 보충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해양부는 저수량이 3만t 줄어들 뿐이고, 이걸로는 식수부족난이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화재청이 사연댐 수위조절안에 매달리는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다. 수위를 조절하는 대신 암각화 주변에 제방을 쌓으면 환경훼손으로 등재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암각화 보존만 보면 수위조절이 최선 아닌가.



 “ 댐 수위를 낮춰도 암각화 앞 에 개울이 흐르기 때문에 모세관 현상(물이 스며듬)이 생긴다. 정도의 차이일 뿐 암각화 훼손은 계속된다.”



 -울산시의 처방은.



 “암각화 상·하류에 제방을 설치하고 물길을 다른 데로 돌리는 유로변경안 등 4가지다. 유로변경 1안은 제방이 물을 막아주기 때문에 사연댐 건설 이전처럼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는다. 지난 7월까지 추진해 온 정부-울산 합의안에 비해 공사비를 1400억원 아끼고, 공사기간을 2~3년, 앞당길 수 있다. 다만 암각화로부터 150~250m 지점에 인공제방이 설치돼 주변환경이 좀 바뀐다.”



이기원 기자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 2003년 서울대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가 울산시의 용역을 받아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암각화 주변에 물막이 벽을 쌓는 차수벽설치안, 암각화가 잠기지 않도록 댐 수위를 낮추는 사연댐수위조절안, 암각화 앞의 물 흐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유로변경안이다. 이후 여러 방안이 추가로 제시됐지만 이들 3개안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수위조절안, 울산시는 유로변경안을 지지하며 입장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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