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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시민후보 네이더 … 오바마 ‘스포일러’ 될까

중앙일보 2011.09.22 01:09 종합 14면 지면보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하자” 주장





랠프 네이더(77·사진)는 미국에 소비자 보호주의를 정착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1960년대 그는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미 자동차 회사 GM을 고발하는 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 자동차 회사들은 이때부터 리콜과 안전벨트·에어백 등을 도입했다. 이후 그는 시민단체를 조직해 소비자 운동에 투신한다. ‘네이더리즘’은 소비자 운동을 가리키는 용어가 됐다.



 하지만 미 민주당 진영에선 그를 다르게 기억한다. 바로 ‘스포일러(훼방꾼)’다. 네이더는 2000년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플로리다주에서 9만7421표를 얻었다. 진보 성향인 네이더가 민주당 표의 상당수를 가로채갔다는 말이 무성했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플로리다에서 537표 차이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승리를 거두고 당선된다. 네이더가 고어의 발목을 잡았다는 오명을 얻은 이유다.



 이런 네이더가 이번엔 민주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50) 대통령을 건드렸다. 네이더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사람만 나오는 대선후보 경선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민주·공화당의 차이를 보여줄 수 없다”며 민주당 내 다수 경선을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미국에서 집권당은 현직 대통령을 무난하게 재선 후보로 선출한다. 1992년 공화당에서 패트릭 뷰캐넌이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에드워드 케네디 전 의원이 80년 민주당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을 위협했던 정도가 예외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선 현재까지 출마의사를 밝힌 이가 없어 오바마의 단독 출마가 예상됐다.



 네이더를 포함한 진보 인사들은 오바마를 포함해 경선에 최소 6명의 후보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경선 제안 취지와 출마 권유 메시지를 담은 서한을 이미 150여 명의 인사에게 보냈다.



 서한에서 이들은 국가부채 한도를 늘리는 과정에서 공화당과 타협한 일 등 최근 오바마의 행보를 비판하며 그보다 더 진보적 이념이 투철한 인물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방안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오바마의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민주당 내부에도 조금씩 경선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피터 디파지오(오리건) 하원의원은 최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 아래 당내 후보 경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네이더의 경선 참여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그가 1992년부터 2008년까지 다섯 번 연속 대권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더는 “만일 오바마가 똑똑하다면 다수 경선을 환영해야 한다”며 “이 방안은 그를 낙선시키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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