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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선거 후가 걱정인 인제군수 선거

중앙일보 2011.09.22 0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찬호
사회부문 부장대우




강원도 인제군은 서울시의 약 2.7배에 달할 정도로 크지만 인구는 3만1000여 명인 전형적으로 조용한 농·산촌이다. 그런 인제군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10월 26일 치러질 군수 재선거다. 이기순 전 군수의 선거 회계 책임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돼 치러지는 선거다. 군민은 선거 때마다 나타난 반목과 갈등이 이번에도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일부 정당의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거 구도는 군민이 걱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군수가 명예퇴직하고 민주당 예비후보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한나라당은 군 기획감사실장을 대항마로 내세웠다. 지휘부 서열 2, 3위 인사가 선거에 나서자 군민은 허탈감과 함께 분노를 표시했다. 선장(군수)이 없는 상태에서 기관장과 갑판장마저 배를 떠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 냉소적인 주민도 많다.



 군민이 더 걱정하는 것은 이들이 선거에 나서면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우선 공무원 줄 서기다. 오랫동안 함께 근무한 이들의 지원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운 데다 선택에 따라 선거 후 입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줄을 서면 공직사회는 두 동강 난다. 이들의 지지 기반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한 사람은 인제읍을, 다른 한 사람은 원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직은 두 지역 모두 조용하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가면 소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지난 선거에서 이미 경험했다.



 이들은 또 전직 군수 지지세력의 지원을 나눠 받고 있다. 지방자치 실시 후 인제군에는 네 명의 군수가 나왔다. 당적을 달리한 이들은 차례로 물고 물리며 당선하거나 낙선했다. 이렇게 지방권력이 번갈아 바뀌면서 정당과 후보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졌고 이번 선거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일부에서 이번 선거를 전직 군수의 ‘대리전’이라 부르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후보를 초빙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지역발전과 통합 능력이 있는 인제 출신 인사를 영입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스킨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 정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견고한 갈등구조도 한몫했다. “안철수가 인제군수에 출마한다고 찍어주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차선책으로 나온 것이 ‘갈등의 선거문화’ 바꾸기다. 인제군번영회는 후보는 오직 인제를 발전시킬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고, 공무원은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일부 후보도 공약을 내세우기보다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노력이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고 표 앞에서 허언이 되는 것을 수없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군민이 나서야 한다. 공동선언을 어기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후보를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내 갈등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찬호 사회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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