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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이서현 효과’

중앙일보 2011.09.22 00:06 주말섹션 7면 지면보기



제일모직 이 부사장, 이번엔 디자이너 정욱준 영입 … 업계 주목



[사진=연합뉴스]



패션계에 또다시 ‘이서현 효과’가 화제다. 프랑스 파리 컬렉션에서 주가를 높이던 패션디자이너 정욱준(45)씨의 제일모직 영입을 두고서다. 제일모직은 20일 “니나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디자이너 정욱준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정씨는 2007년 자신의 브랜드 ‘준지’를 파리 컬렉션에 선보이며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그해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선정하는 ‘주목받은 6명의 디자이너’에 그의 이름을 올렸으며, 이듬해엔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자신의 패션쇼 무대에 ‘준지’ 옷을 입고 등장했을 만큼 세계 패션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를 ‘자기 사람’으로 데려간 제일모직. 그 선봉에 서 있는 이서현(38) 부사장에게 패션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디자이너는 “결국 정씨가 낙점됐단 소식에 자신에게 제의가 올 것이라 생각했던 몇몇은 실망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정씨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느라 바쁘다. 어쨌든 ‘이서현 효과’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가 말한 ‘이서현 효과’는 이 부사장에게 발탁된 인재나 브랜드의 성장 속도가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사장은 세간에선 ‘3세 기업인 패션 리더’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탁월한 패션 경영인’으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리는 인물이다. 요즘 삼성의 최대 화두인 ‘소프트 인재’를 발굴해 내는 데도 오래전부터 능력을 발휘했다. 발굴뿐 아니라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차세대 패션 한류’를 이끌 동력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사례는 2003년 이 부사장이 낙점해 데려온 정구호(49) 제일모직 전무다. 이 부사장과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문이기도 한 정 전무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구호’를 연매출 850억원(지난해 기준)의 브랜드로 키워냈다. 지난 7월 김연아 선수가 평창 겨울올림픽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입고 나와 화제가 됐던 검정 재킷과 원피스 역시 ‘구호’ 제품이다. 또 그가 기획해 2년 전 첫선을 보인 ‘르베이지’는 ‘최고급 중년 여성복’ 시장을 개척했다. 정 전무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헥사바이구호’란 브랜드로 세계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뒤에는 정 전무를 영입한 이 부사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또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이 부사장이 제일모직에 입사한 2002년엔 매출이 1000억원을 갓 넘었지만 지난해엔 5000억원이 넘는 매출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단일 패션 브랜드론 최고 기록이다. 이런 ‘이서현 효과’ 때문에 최근 이 부사장이 골라 국내에 소개한 해외 브랜드 ‘톰 브라운’ ‘릭 오웬즈’ ‘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의 도입 배경이나 향후 경영전략 등에 경쟁 업체와 패션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부사장은 ‘세계 패션산업의 실력자’로 떠오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에 동양인 유일의 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올해엔 이 협회가 ‘차세대 뉴욕 대표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CFDA 패션 인큐베이터(CFI)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13명으로 구성된 CFI 자문위원회에는 스티븐 코브 CFDA 사무총장 등 전 세계 패션산업을 좌우하는 거물급이 포진해 있는데 이 부사장이 여기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부사장은 종종 델핀 아르노 디올사(社) 부사장과 비교되기도 한다. 델핀 부사장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의 장녀다. 이 부사장보다 두 살 아래인 델핀 부사장은 디올뿐만 아니라 LVMH그룹 이사이면서 로에베의 제품기획 이사, 푸치 이사직도 맡고 있다. ‘명품업계의 식인 상어’라 불릴 정도로 공격 경영을 하는 아르노 회장을 꼭 닮아 ‘추진력 있는 여성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언론이 델핀을 ‘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늑대’ ‘세계 명품업계의 나폴레옹’이라 이를 정도다. 이 부사장과 델핀 부사장은 각각 한국과 프랑스 최고 부호의 딸이란 공통점 외에도 모두 범상치 않은 배우자를 뒀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이 부사장은 동아일보 김병관 전 회장의 아들 김재열(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씨와, 델핀은 이탈리아 와인 명문가의 상속자인 알레산드로 간치아와 결혼했다. 델핀 부사장 역시 언론 노출이 적은 편이지만 공식석상에 등장할 때의 옷차림이 경영 능력보다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연합뉴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서현 [現] 제일모직 부사장(패션사업총괄)
[現] 제일기획 부사장(기획담당)
197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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