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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의 ‘부자는 다르다’] 부자 국가와 상속·법인세

중앙일보 2011.09.17 01:30 주말섹션 15면 지면보기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세금을 많이 내면 애국자라고 합니다. 부자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냅니다. 그런데 욕을 먹습니다. 기부를 많이 하면 봉사자라고 합니다. 부자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기부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또 비난을 받습니다.



 단군 이래 가장 발전한 나라에서 부자에 대한 증오가 거의 최고점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필자가 만든 개념 중에 ‘부자가치(Affluent Value)’란 게 있습니다. 부자가 세상에서 창출해 내는 가치를 말합니다. 부자가 만드는 기본적인 가치에는 창조 발전과 세금 납부가 있고, 부차적인 가치에는 경험 공유와 기부 제공이 있습니다.



 첫째,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부자 발전을 이룩한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국가 세금의 상당 부분을 부자 기업들이 내 왔습니다. 그런데도 국민 대다수는 개인 부자들이 심각하게 탈세를 해왔다고 인식합니다.



 법인 탈루는 거의 힘들어졌는데, 부자 개개인은 아직도 세금을 안 내려고 지하경제와 유착하고 현금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믿는 겁니다.



 이런 인식이 파다하다면 차라리 부자들의 개인 소득세와 재산세를 지금의 두 배, 또는 그 이상 올리는 게 나을 듯해 보입니다. 차명과 비신고 소득을 합해 연간소득 1억원이 넘는 사람이 50만 명 이상이라는데 이들의 소득세율을 60~70% 정도로 올리는 겁니다.



 명의신탁된 부동산, 채권, 예금까지 포함해 재산이 30억원이 넘는 사람도 50만 명이 훨씬 넘는다던데 이들의 재산세율 역시 두 배 이상 인상해 버리는 겁니다. 추가로 금융실명제 전 것을 포함해 100조원이 넘는다는 지하자금을 공개하면 과징금만 30~40% 물리고 법적 처분은 하지 않는 겁니다.



 주식 가치가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의 이득을 남기는 기업이 600개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 오너들의 주식평가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부자들의 탈세가 가장 심한 부분이 상속입니다. 부자들은 세계적으로 높은 축에 속하는 상속세를 피하려고 여러 가지 악행들을 시도해 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산을 키워 후대에 넘기겠다는 인간적인 욕망’입니다. 이 욕망을 억지로 억제해서는 부자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상장주식 평가액이 1000억원이 넘는 경우 주식 가치가 높아질수록 그것에 비례해 상속세를 깎아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현재 상속세율의 절반, 아니 그 이하인 10~20%로 낯춰 주면 매년 늘어나는 소득세와 재산세를 숨기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동시에 더욱 기업 가치를 높이려고 혈안이 될 것이고, 떳떳하게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법인세도 현재보다 절반 이하인 10%대 아니 그 아래로 내리면 인류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을 달성하는 대한민국 공룡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기업이 무수하게 늘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본사를 한국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매년 부자들에게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을 세금으로 걷되, 부를 정당하게 키워갈 경우 상속 부담을 절반 이하로 줄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자들은 디딤돌을 건너듯 껑충껑충 가치를 창출하면서 매년 재산의 상당수를 세금으로 내도 기뻐할 것입니다.



 축적된 재원으로 상당수 사회문제(무상급식,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최저임금, 노년층 지원 등)가 거의 한번에 풀릴 수도 있습니다. 부자들이 국가유공자로 표창도 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도 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세금 많이 낸 부자들의 이야기가 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부자가 된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부자가 되기까지 고생했던 경험을 빈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프로 부자들과 아마추어 빈자들이 함께 서울에서 미래 버스를 타고 경주 최부잣집에 1박2일로 다녀오면서 숨겨뒀던 알토란 같은 부자 노하우를 미래 부자인 빈자와 공유하면 응어리도 풀리고, 빈자들이 새 희망을 얻을 것입니다.



 ‘얼마나 돈이 많길래 수천억씩 기부하느냐?’는 비아냥이 아니라 ‘우리 전 구민이 낸 것보다 더 많이 내니 독립투사만큼 훌륭하다’는 찬사가 나올 수 있게 깨끗한 부자들과 칭찬해 주는 빈자가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기부는 주로 재단으로 들어가서 재단이 알아서 쓰는 사적 용도지만, 세금은 정부로 들어가서 공적 용도로 쓰입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세금이 기부보다 훨씬 바람직합니다. 거부들이 집 밖에 문패를 내걸 수 있고, 현충일에 빈자와 같이 국립묘지로 손잡고 갈 수 있는 그러한 나라는 우리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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