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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태국 병사들 한국어 배운다

중앙일보 2011.09.17 00:09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해문
주태국 대사




이달 말 수도 방콕을 비롯해 태국 각지로 한국어 교사 54명이 배치된다. 태국 중·고교 54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들은 한국에서 정규 교원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갖춘 수준급 인재들이다. 태국 정부는 이들 교사가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에 전념하도록 보수 일부와 숙소 등을 제공한다.



 태국에서 불고 있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병영(兵營)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태국 정부는 지난 6월 사병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를 운영키 위해 주태국 한국대사관에 지원을 요청했다. 시범 강좌가 실시된 이후 대사관과 태국 국방부는 올해 중 의무 복무 중인 병사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한국어 과정 개설과 관련, 구체적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농촌 출신이 많은 태국 병사들은 일손이 매우 부족한 한국 농촌의 일자리에 관심이 크다. 해외 인력이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한 1차 관문이 한국어 능력 검증시험이기 때문에 군 복무기간을 적극 활용해 해외 취업의 도약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물론 태국이 참전했던 6·25전쟁의 참화를 이겨내고 60여 년 만에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일으켜 세운 ‘한국의 기적’ ‘한국 신화’에 대한 동경이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근본적 관심의 밑바탕이다. 프라윳 태국 육군 총사령관은 얼마 전 “군에서 한국인 강사로부터 한국어를 배우는 태국의 젊은 병사들은 61년 전 태국군의 참전을 되새기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보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태국의 젊은 병사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민간인 거주지역 포격을 지켜보면서 61년 전 할아버지 세대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북한의 무력도발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될 것이다. 동남아 중심 국가인 태국의 젊은 사병들이 우리와 안보의식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도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더욱 내실을 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태국인은 한국 사회의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동경하고 닮고 싶어 한다. 태국 국립 출라롱콘 대학 국제정치학과 티티난(Tithinan) 교수는 “국가 업그레이드를 위해 태국은 모범 사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며 “한국이야말로 우리의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태국을 넘어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동남아 전역으로 퍼지도록, 또 우리 청년들이 국어를 매개로 해외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국가적·국민적 역량을 집중할 때다.



정해문 주태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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