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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자 나무 안 타는 표범…야생본능 깨워라

중앙일보 2011.09.16 01:42 종합 23면 지면보기



서울동물원 야성 복원 프로젝트



서울동물원의 수사자 투맨이 원형 레일에 달린 고기를 물어뜯고 있다. 잠으로 하루를 보내던 투맨은 돌아가는 레일에 달린 먹이를 먹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활동량이 많아졌다.



서울동물원의 6살짜리 수사자 ‘투맨’은 잠꾸러기다. 하루 평균 16~20시간 잠을 잔다. 먹이 먹는 시간 등을 빼면 대부분 수면 상태다. 파리가 달라붙어도 꼬리만 흔들어댄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투맨은 무리의 2인자다. 우두머리 사자와 대등하게 몸싸움을 벌일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사육장 안은 사냥을 할 필요가 없다. 사육사가 주는 먹이만 받아먹으면 된다. 이런 안락한 환경이 투맨을 게으르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맹수들이 야생의 본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민하던 서울동물원은 ‘사자를 달리게 하자’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물원은 지난 7월 2.5m 높이의 사자 사육장 천장에 원형 레일을 설치했다. 관람객이 사육장 바깥에 있는 자전거 페달을 밞으면 레일에 달린 고깃덩어리가 함께 돌아가는 방식이다. 사자들은 움직이는 먹이에 호기심을 보였다.



서울동물원 배진선 동물기획팀장은 “잠만 자던 사자들이 이제는 레일에 달린 고기를 먹기 위해 점프를 하고 두 발로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물원에서는 사냥법을 알려주고 영양 공급을 하기 위해 가끔은 산 토끼를 먹이로 주기도 한다.



 이달 초에는 곰과 재규어, 표범, 호랑이의 우리에 6m 높이의 죽은 나무를 세웠다. 야생에선 나무를 타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무에는 향수도 뿌렸다. 낯선 것에 대한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다. 처음엔 낯설어 하던 재규어와 표범은 나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프로젝트는 맹수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초식동물도 마찬가지다. 기린의 경우 6m 높이에 매달린 그물 속에서 잎사귀를 꺼내먹도록 했다. 기린은 야생에선 고개를 들어 나무 위 여린 잎을 먹는다.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말처럼 고개를 숙여 사육사가 먹이통에 담아주는 먹이를 먹어왔다.



 사육 시설을 자연처럼 꾸미는 것은 기본이다. 코끼리와 코뿔소 우리에는 진흙 목욕을 할 수 있는 풀장과 진흙 구덩이를 만들었다. 매달리기 좋아하는 침팬지를 위해 24m 높이의 정글타워도 설치했다. 먹이도 이용한다. 모두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일정 구간을 왔다 갔다 하거나 몸을 흔드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 원숭이나 침팬지 중에는 손을 물어뜯거나 털을 뽑는 자해도 한다. 외국 동물원에서는 어미가 새끼를 물어 죽인 일도 있었다. 게다가 주는 먹이만 먹다 보니 비만이나 고혈압 같은 질병도 걸린다.



모의원 서울동물원장은 “동물들도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지루해한다”며 “동물들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생활 환경에 다양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서울동물원=서울 종로구에 있던 창경원이 이전하면서 1984년 5월 서울대공원 부속 동물원으로 개장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불리다 동물원 건립 100주년인 지난 2009년부터 서울동물원(Seoul Zoo)이라는 브랜드를 쓰기 시작했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에 있지만 소유권과 관리 권한은 서울시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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