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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국 파워블로거 vs 미국 ‘컨슈머 리포트’

중앙일보 2011.09.16 00:27 경제 8면 지면보기






이상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장




최근 소비자 문제와 관련해 언론에 두 가지 이슈가 부각됐다. 하나는 파워블로거 문제고, 또 다른 하나는 상품 비교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잡지 ‘컨슈머 리포트’였다.



 얼마 전 한 파워블로거는 중소업체의 오존살균세척기 공동 구매를 진행해 3000대가량 판매를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농약·중금속 등을 제거해 준다’는 추천 글을 올렸으며, 업체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2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의 시험 결과 해당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량 환불 요청 사태가 빚어졌고 홈페이지는 사실상 폐쇄됐다.



 일부 파워블로거들이 대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수수료 명목으로 수입을 챙기는 것도 문제지만, 제품 리뷰를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로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최근 정부 부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의 힘으로 가격에 낀 거품을 없앨 수 있다며 한국판 컨슈머 리포트를 만들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미국소비자연맹에서 발간하는 ‘컨슈머 리포트’는 50여 개 실험실, 600여 명의 전문 인력, 연 예산 2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자원으로 상품 비교 정보를 생산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신뢰하는 상품 비교 정보는 기업의 매출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 기업은 컨슈머 리포트의 비교 정보에 사활을 건다.



 최근 두 가지 이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할 때 탐색하는 정보의 원천이라는 점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우리나라는 신뢰할 수 있는 상품 구매 정보의 원천이 빈약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파워블로거는 흔히 말하는 개인적 정보의 원천이고, 컨슈머 리포트는 중립적 정보의 원천이다. 소비자들은 광고와 마케팅 같이 기업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는 파워블로거의 리뷰와 컨슈머 리포트를 더 신뢰한다. 기업이 일부 파워블로거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신제품의 긍정적인 리뷰를 부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은 컨슈머 리포트처럼 중립적 원천의 상품 정보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은 척박하다. 컨슈머 리포트가 현재와 같은 비교 정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데는 75년이 걸렸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컨슈머 리포트처럼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중립적 원천의 상품 비교 정보는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T-gate’ 사이트와 월간지인 ‘소비자시대’가 대표적이다. ‘T-gate’는 소비자 만족도와 서비스 비교 조사, 품질·안전성 비교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장비·예산면에서 컨슈머 리포트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해 상품 비교 정보 생산에 한계가 따른다.



 기술의 발달로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으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믿을 수 있는 비교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 정보나 인터넷의 상품 리뷰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지도,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처럼 우리나라도 신뢰할 수 있는 상품 비교 정보를 생산·제공하는 토대가 마련돼야 좋은 제품을 선택하게 되고 하자 제품에 의한 피해도 줄어든다. 이런 선순환의 시스템이 정착돼야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될 것이다.



이상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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