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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미국 창업 DNA … 인맥·경력 쌓은 30대가 기업 많이 세운다

중앙일보 2011.09.16 00:18 경제 2면 지면보기
벤처의 원조 격인 미국에서 ‘벤처기업 창업자’ 하면 연상되는 장면은 대개 천재형 젊은이들이 집 차고를 빌려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20대 초·중반에 억만장자가 된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나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성공한 창업자의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창업자의 ‘스펙’은 이런 모습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창업자의 절반 이상이 30~49세에 창업하며, 높은 교육 수준에 고급 인맥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창업 국가’로 불리는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창업자들의 특징을 인맥사이트 링크트인이 최근 분석해 발표했다.


세계 최대 인맥 SNS ‘링크트인’ 창업자 1만3000명 조사



링크트인은 회원 1억2000만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인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다. 링크트인의 모니카 로가티 수석 연구원(데이터분석 담당)은 전체 회원 중 창업 경험이 있는 회원 1만3000명의 데이터를 추출했다. 이어 그들의 특징을 분석한 ‘창업자 유전자 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 대상 기업은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창업했으며, 현재 직원이 2~200명인 중소 규모의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로펌이나 컨설팅·홍보·부동산 업종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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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가티 연구원은 “성공한 창업자들은 벤처캐피털, 홍보, 리크루팅 분야 사람들과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이 배우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벤처 천국’ 미국에서도 기술· 열정 못지않게 ‘소통과 원활한 대인 관계’도 창업의 필수 유전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조사 결과 스타트업 창업자의 65%는 30세 이후에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창업 당시 나이가 30~39세인 경우가 40%로 가장 많았다. 둘째로 많은 연령대는 20~29세(34%)였다. 40~49세에 창업한 경우도 20%나 돼 상당 기간 경력을 쌓은 후 창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경영대학원은 스탠퍼드대로 조사됐다. 이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과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슬론 스쿨), UC버클리(하스 스쿨)가 뒤를 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들 대학이 위치한 지역은 창업이 활발한 도시로 조사됐다. 스탠퍼드대 인근의 샌프란시스코가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많이 둥지를 튼 곳으로 꼽혔다. 2위는 뉴욕, 3위는 하버드대와 MIT가 가까운 보스턴이었다.



 링크트인이 창업자를 많이 배출했다고 꼽은 경영대학원 순위는, 그러나 다른 대학 평가업체의 순위와 사뭇 달랐다. 미국 대학 순위를 정기적으로 내놓는 프린스턴 리뷰가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이 우수하다고 꼽은 명단 1위인 뱁슨 칼리지는 링크트인 조사에서는 8위에 그쳤다. 프린스턴 리뷰가 각각 2, 3위로 꼽은 시카고대와 미시간대는 링크트인 조사에서는 10위권 밖이었다. 이에 대해 로가티 연구원은 “실전 창업 경험과 교과 과정은 다르다”며 “일부 대학이 과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창업자를 많이 배출한 전공은 경영학이었고, 컴퓨터공학·컴퓨터과학·물리학·전자공학 등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이 주류를 이뤘다. 가장 희소한 전공은 종교학·간호학·행정학·인사관리·사회사업·토목공학 등이었다.













 창업자들은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 전 평균 2년6개월 동안 다른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야후·이베이·어도비 같은 거대 IT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어떤 분야에서 창업하느냐에 따라 경력 유무가 갈렸다. 반도체나 제약 분야 기업을 창업한 이들은 관련 경력을 보유한 경우가 많은 반면, 유통·소비재·레저·여행·교육 분야는 해당 분야 무경험자들의 창업이 많았다.



 나노기술·생명공학·의료기기 분야는 박사 창업자가 많았다. 두 개 이상의 기업을 창업한 경우는 드물었다. 1만3000명의 창업자 가운데 2%만이 2개 이상의 기업을 창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처음 창업한 회사를 충실히 경영하고 있거나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최근 소개한 ‘성공한 창업자의 다섯 가지 특징’에 따르면 성공한 창업자는 ▶근거 없이 낙관적이지 않고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으며 ▶타인의 조언을 경청하고 ▶실험하고 ▶실행한다.



  박현영 기자





◆스타트업(startup)기업=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용어. 1990년대 후반 이른바 ‘닷컴 버블’로 창업 붐이 일었을 때 생겨난 신조어다. 모든 업종에서 쓰일 수 있지만 보통은 고위험·고성장·고수익 가능성을 지닌 기술·인터넷 기반의 회사를 칭한다. 구글·트위터 등이 최근의 대표적 스타트업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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