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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분쟁 이럴 땐 이렇게] 포괄담보 있는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로 간주

중앙일보 2011.09.16 00:04 경제 10면 지면보기






임은애
금융감독원 조사역




김모(40)씨는 2005년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해 5년 동안 성실히 빚을 갚았다.



올 3월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면책결정을 받았다. 모든 채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신용조회를 해보고 깜짝 놀랐다. 한 은행에 1600만원 정도의 신용대출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여긴 김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조사 결과 김씨가 2000년 같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며 포괄근담보 계약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포괄근담보 계약을 하면 채무자가 신용대출을 받아도 자동으로 주택이 담보가 된다. 김씨가 빚을 갚지 않으면 사실상 신용대출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로 간주되는 셈이다. 그리고 개인회생 신청 때 담보가 있는 대출은 개인회생절차와 별도로 갚아야 하는 빚으로 분류된다. 이러다 보니 김씨가 개인회생절차를 끝냈어도 이 빚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면책결정의 효력에 대해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해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제625조)’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 판례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김씨가 면책결정과 상관없이 1600만의 신용대출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김씨가 착각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때 이 신용대출은 분명히 채권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명목상 신용대출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연히 법원의 개인회생 면책결정으로 이 빚도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개인회생절차를 밟았던 지난 5년간 은행으로부터 이런 안내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연체이자만 쌓인 것이다. 은행 측도 할 말은 있다. 관련 법률상 개인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목록에 있는 빚은 돌려받거나 갚으라고 요구할 수조차 없게 돼 있다.



 금감원은 은행이 김씨의 신용대출이 사실상 담보대출로 간주돼 김씨가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을 감안해 신용대출의 연체이자 부분은 감면해 주도록 했다. 이런 경우를 줄이기 위해 금감원은 2007년 10월 각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시 포괄근담보 설정을 지양하라고 지도했다.



임은애 금융감독원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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