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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벌, 외국선 존경 받는데 국내선 공공의 적으로 몰려”

중앙일보 2011.09.15 01:04 종합 3면 지면보기



IHT 1면 기사로 보도



해외에선 존경받는 한국 재벌들이 국내에선 매도당하고 있다고 보도한 IHT의 14일자 1면.



‘해외에선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 국내에선 공공의 적’.



 미국 뉴욕 타임스의 해외판 신문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4일자에서 쓴 한국 재벌에 대한 평가다. IHT는 이날 “외국에서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이 국내에선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IHT의 보도 요지.



 삼성·현대·LG 등 이른바 ‘재벌’ 기업들은 자동차·휴대전화·신용카드 등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려 왔다. 한국 수출물량의 70%,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이들 차지다. 재벌들은 해외시장에서도 조선과 반도체 분야 등에서 역사적 라이벌인 일본을 제치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고 물류나 광고 등의 일감을 계열사에 몰아주는 경영 방식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가계 부채로 서민 생활이 어려워진 점도 이런 비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재벌의 감세와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계층 간 격차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은 양극화 문제를 정치공세 수단으로 내세워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재벌 총수의 뇌물 제공과 횡령·탈세 등이 끊이지 않는 것도 재벌 비판의 주된 이유다. 최근 한국의 한 신문은 사설에서 “재벌은 보통 사람들의 생계를 빼앗는 포식자에 비유됐다”며 “세계적으론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분야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일부 한국 국회의원에게는 ‘야수’로까지 비난 받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재벌과 정부·여당은 각각 이러한 불만 잠재우기에 나섰다. 최근 정부는 ‘부자 감세’로 비판받던 법인·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했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은 대기업들에 ‘국민의 존경을 얻으라’고 다그치고 있다. 일각에서 이를 ‘포퓰리즘’이라 비난하지만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범현대가(汎現代家) 인사들은 저소득층과 청년실업자 지원을 위해 총 1조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이런 오명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재벌도 피해자다. 사실 한국전쟁 뒤 군사정권은 소수 기업에 세금 감면, 대출 등의 혜택을 주며 현재의 재벌을 키웠다. 이런 기업들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은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김병권 부원장은 “이 과정에서 한국 국민은 재벌의 성장에 자신들이 희생됐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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