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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녹슨 한강 크루즈’ 리더십 침몰의 잔해

중앙일보 2011.09.15 00:55 종합 6면 지면보기






양원보
사회부문기자




‘매몰비용’이란 말이 있다. 땅 속에 묻힌 돈이다. 경제학에선 ‘이미 써버린’ 돈을 뜻한다. 회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매몰비용은 필연적으로 선택의 고통을 낳는다. 늙은 고시생이 계속 공부를 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가 그렇다. 그간 들인 시간, 비용에 대한 본전 생각 때문이다. 그런 잡념에 공부는 더 안 된다. 책값 대주는 부모님 등골만 휠 뿐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중도 하차한 서울시가 딱 이 모양이다. 서울시는 112억원의 시비를 들여 근사한 ‘한강 크루즈’선을 한 척 만들었다. 시의회는 “오 전 시장의 치적 홍보용 선박”이라며 운항을 막았다. 시는 “만들었으니 일단 운항은 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줄다리기를 한 지 5개월째다. 배는 여의도 선착장에 묶여있다. 군데군데 녹도 슬고 있다. 관리비만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든다. 세금이 줄줄 새는 것이다.









본지 9월 14일자 19면.



 한강 크루즈뿐만 아니다. 양화대교는 어떤가. 오 전 시장은 서해뱃길을 트기 위해 양화대교 교각 사이를 벌려놓겠다며 구조개선 공사를 밀어붙였다. 이미 415억원을 집행했다.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오 전 시장이 떠나자 ‘공사 중단’을 공식화하고 있다.



 한강 노들섬에 세계적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며 시작한 한강예술섬 사업도 마찬가지다. 건물 설계비, 토지매입비로만 554억원이 집행됐지만 공사비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빈 공터와 설계도만 남았다.



 서울시민은 이렇게 리더십 공백이 부른 참상을 톡톡히 겪고 있다. 10월 26일에 새 서울시장이 탄생한다. 누가 됐든 새 시장은 리더십을 확립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대화와 타협’이다. 시장의 리더십은 시민과 대화하고, 시의회와도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민주당도 이제 몽니 그만 부려야 한다. 시 의회는 시민들이 잘살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곳이지 정치 투쟁하는 곳이 아니다. 오세훈 전 시장 때처럼 시와 의회가 사사건건 대립만 하면 세금 대주는 시민들 등골만 휠 뿐이다.



양원보 사회부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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