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축은행 ‘어르신 공포’… 5000만원 넘는 예금자 43.8%가 60세 이상

중앙일보 2011.09.15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상대적 정보 부족 피해 커
예금자 보호 이해도 낮고
영업정지 땐 가장 강경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지난 7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집회 참석자중에는 노년층이 유난히 많았다. [부산=송봉근 기자]<사진크게보기>





“내 돈을 돌려받기 전까진 못 나간다.”



 부산시 중구 초량3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엔 추석 기간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갑작스러운 영업정지로 피해를 본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과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농성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일 명절을 쇠러 집으로 돌아갔던 일부 예금자가 돌아오면서 이들의 숫자는 평소처럼 40명가량으로 불어났다.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관계자는 “가끔 다른 예금자들이 ‘왜 정상화를 방해하느냐’고 항의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며 “농성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특히 강경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43.8%의 공포’에 떨고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 가운데 고령층의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14일 저축은행중앙회와 예금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영업 중인 98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17만4000명, 예금액은 1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60세 이상인 고령층은 7만6000명(43.8%)에 달한다. 기준을 70대로 높여도 3만4000명(19.8%)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는 원리금을 저축은행에 맡겨두고 있다. 나머지 예금자들은 50대가 20.8%를 차지했고 40대(17.3%), 40세 미만(18.1%)의 순이었다.



 당국의 걱정은 세 가지다. 우선 나이가 많은 이들 고객은 상대적으로 정보에 둔감해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 2차 구조조정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설마 내가 거래하는 곳이 문을 닫겠느냐”고 생각하는 경향도 강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만기까지 예금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고, 평소 신문이나 인터넷을 접하는 빈도도 낮다”며 “실제로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 상대적으로 고령층의 피해 비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인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젊은 층에 비해 부족하다. 당국이 최근 15개 저축은행 예금을 대상으로 샘플조사를 한 결과 원금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계좌는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원리금을 기준으로 보니 무려 37%가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겼다. “이들 중 상당수가 원리금 보장을 원금 보장으로 이해하는 고령층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막상 영업정지가 되면 이들의 반발 강도가 가장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퇴했거나 고정수입이 없는 사람이 많아 저축은행에 맡긴 돈이 사실상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며 “작은 금액일지라도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간이 많아 농성 등 물리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글=나현철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