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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병원 DJ 때 시작 … 법 막히자 고시로 뚫었다

중앙일보 2011.09.14 03:00 종합 10면 지면보기



10년 돌고 돌아 송도 투자병원 해법 찾은 복지부



태국 방콕병원이 앰뷸런스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 병원은 병원주식회사인 방콕두싯메디컬서비스(BDMS)에 소속된 투자개방형 병원이다. [중앙포토]





어렵고 힘들게 돌아왔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개방형(영리) 병원 도입을 담은 법률을 만든 지 10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외국 의료기관 등에서 종사하는 데 필요한 외국면허소지자 인정 기준’ 고시(告示)를 개정해 공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복지부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면 인천 송도 외국인 투자병원 설립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에 따라 외국자본이 50%를 넘고 ▶외국인 의사·치과의사·약사는 개정된 고시를 충족하고 ▶병원·약국의 세부 조건은 의료법·약사법에 맞으면 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투자병원 설립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고시 활용은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2002년 경제특구에 외국인 투자병원이 허용됐지만 세부 절차 부재, 병원 경영 불확실성 등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복지부는 2007년 10월 외국의료인력 특례인정 등을 담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허가절차법)’을 제출했다. 2008년 11월 황우여 의원→지난해 9월 이명규 의원→지난달 손숙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지만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중순 한나라당·정부·청와대가 8월 국회 처리를 합의했지만 캐비닛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복지부는 다른 한편으로 고심을 했다. 지난달 청와대 진영곤 고용복지수석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행정 고시(告示) 개정’이라는 대안을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 초 임기 중 반드시 처리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경제특구·제주도 내 투자병원 설립을 지목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진작 ‘경제자유구역 특별법+면허인정고시+의료법’ 카드를 썼으면 됐을 텐데 왜 허가절차법 통과에 매달렸는지 의문이 생긴다. 복지부 관계자는 “허가절차법을 낸 이유는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다”며 “병원 운영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누가 신청했다면 ‘고시 카드’를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임병익 팀장은 “고시가 나왔지만 허가 조건이 명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여서 외국자본이 수천억원을 선뜻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경제특구와 상황이 다르다. 제주에 외국 자본이 50% 넘으면 ‘외국인 투자병원’을 설립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의료인력 인정 특례 기준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외국 자본이 나타나지 않자 국내 자본을 끌어들여 ‘내국인 투자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척추치료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 같은 데가 투자병원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내국인 투자병원 허용을 담은 법률이 국회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 당(黨)·정(政)·청(靑)이 8월 국회 처리를 합의했지만 불발됐다.



신성식 선임기자



◆경제특구·제주 투자병원=경제특구는 인천송도·새만금·황해(당진·평택)·부산(진해) 등 6곳이다. 투자병원 입지 여건을 갖춘 곳은 인천 송도다. 경제특구에 외국 투자병원 설립 근거만 있다가 이번에 의료인력 인정 특례가 마련됐다. 제주도는 외국 투자병원 설립에 걸림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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