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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600만 관중 … 한국인 삶 접수하다

중앙일보 2011.09.14 00:50 종합 2면 지면보기



어제 4개 구장 6만여 명 몰려 … 시즌 605만7542명 기록



프로야구가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네 경기가 열린 13일 경기장에는 6만1264명이 입장해 올 시즌 개막 후 466경기 만에 총 605만7542명을 기록했다. 사진은 LG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연합뉴스]





프로야구가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12일까지 프로야구 팬 599만6278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모두 유료관중이다. 1982년에 출범해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프로야구는 이미 지난 10일에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2010년·592만8626명)을 깼다. 그리고 13일 네 개 경기장에 6만1264명이 입장해 466경기 만에 600만 명(총 605만7542명)을 돌파했다.









프로야구에서 연예인 시구가 유행이다. 13일 LG와 두산의 잠실 경기에 앞서 걸그룹 티아라의 효민이 시구하고 있다. [뉴시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3일 대구구장. 1위 삼성과 2위 롯데의 경기에 1만 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롯데는 4연승 중이던 삼성을 5-0으로 꺾어 1, 2위 간 승차를 5.5경기로 좁혔다. 대전구장에서는 KIA가 한화의 막판 추격을 6-5로 뿌리쳤다. SK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넥센을 6-3으로 제쳐 3위를 유지했다. 두산은 잠실에서 LG에 3-2로 이겼다.



2000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문화부 중재로 “관중 600만 명 달성 전까지 선수협회의 사단법인화를 유보한다”는 합의를 했다. 유료관중 600만 명은 돼야 프로야구가 산업으로서 뿌리내린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그해 총 관중은 250만7549명이었다. KBO는 올해 관중 수가 6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초반부터 리그가 뜨거웠다. 시즌 초반 LG가 한때 선두에 나서는 등 선전하면서 인기몰이를 주도했다. 중반 이후에는 롯데가 치고 올라오면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후반기에는 두산이 분발해 분위기를 끌어가고 있다. 서울 팀의 선전은 관중 동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올해 관중 수는 13일 현재 LG가 31%, 두산은 13% 증가했다.



 일주일에 여섯 번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는 한국인의 생활 문화로 정착했다. 양승호(51) 롯데 감독은 “경기에 이기면 팬들이 ‘고맙다’고 말한다. ‘우리 팀’을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는 거다. 팬들이 야구를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최준영(41·회사원)씨는 “야구 때문에 아버지와 자주 대화한다. 고등학생이 된 뒤론 아버지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LG와 롯데의 잠실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 중 이벤트인 ‘키스 타임’에 김윤옥 여사와 입을 맞추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대통령뿐이 아니다. 부산 출신인 조국(46) 서울대 교수는 최근 트위터에 “거인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다른 ‘갈매기’인 문재인, 안철수, 루시드 폴 등과 함께 사직구장 경기를 보고 싶다”고 썼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승패보다 야구를 즐기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야구 경기뿐 아니라 야구장의 문화를 즐긴다. 가족 단위 관중이 많고 연인끼리, 친구들끼리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야구장 주변은 뒤풀이로 떠들썩하다.



 이상일(53) KBO 사무총장은 “올림픽·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전한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았다”고 관중 수 증가의 원인을 설명했다. 경기 품질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모든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을 비롯, 미디어의 적극적인 보도는 촉매 역할을 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관계자는 “전체 뉴스 트래픽에서 프로야구의 비중은 15%나 된다. 국내 스포츠 가운데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600만 관중 시대는 ‘모기업의 홍보 수단’ 정도로 여겨졌던 프로야구가 산업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제시한다. 롯데는 지난해 모기업 패키지 광고계약(120억원)을 빼고도 210억원가량의 매출을 냈다. 2009년 부산발전연구원은 롯데가 부산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1500억원, 고용 유발효과는 2395명으로 분석했다. 고용 유발효과는 매출 100억원인 중소기업 10개 이상이 창출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강준호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소장은 “한국 프로스포츠단은 흑자를 낼 수 없다는 전제는 이제 폐기돼야 한다”고 말한다.



 8개 구단 홈 구장의 평균 관중 수용능력은 1만9748명이다. 올해 평균 관중은 1만2999명으로 좌석 점유율은 65.8%에 이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69.9%. 이상일 총장은 “대형 구장을 보유한 구단의 흥행력이 리그 전체를 이끄는 게 사실”이라며 “야구 붐이 지속되기 위해선 낡은 구장 시설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민규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한·미·일 3개국 프로야구기구와 선수단체, 국제야구연맹 (IBAF)이 공동으로 2006년 창설한 ‘야구판 월드컵’. 2회 대회는 2009년 열렸고, 3회 대회부터는 4년 주기로 열린다. 한국은 1회 대회 3위, 2회 대회 준우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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