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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안철수 찍고 싶다” 영남 “지나가는 바람”

중앙일보 2011.09.14 00:44 종합 4면 지면보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대선 주자로 급부상시킨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한가위의 화제였다. 추석 연휴(10~13일) 때 지역구에서 귀향활동을 한 여야 의원들이 접한 민심의 초점은 ‘박근혜냐, 안철수냐’였다고 한다.


의원들이 전한 추석 민심

 특히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이런 저울질이 심했다고 한다. 대선 가도에서 부동의 1위였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를 안 원장이 저지하고 나서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걸 여야 의원들이 체감한 것이다.



 한나라당 이혜훈(서초갑)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자들까지도 안 원장에 대해 관심이 크더라”고 했다. 같은 당 전여옥(영등포갑) 의원은 "꼬꼬면이 ‘품절면’이 됐듯이 안철수도 정치권에서 ‘품절남’”이라며 "꼬꼬면이 ‘신라면 블랙’의 생산 중단과 절묘하게 매치가 되는 것처럼 안철수의 등장이 ‘박근혜 대세론’을 충분히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조정식(시흥갑) 의원이 “안 원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한다는 게 화제더라”며 “기존 정치권의 경향을 깬 것이라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병석(대전 서구갑) 의원도 “안 원장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내년 대선 때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전망은 의원에 따라 달랐다. 친박근혜계인 이혜훈 의원은 “안 원장에 대한 관심을 밝힌 분들은 적지 않았지만 ‘그럼 누구를 뽑을 거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박 전 대표를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친이명박계인 한나라당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한번 찍어 보고 싶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동작갑) 의원은 “안 원장 열풍으로 표출된 민심을 민주당이 감당 못하고 있음을 절감했다”고 했지만 같은 당 김희철(관악을) 의원은 “안 원장의 지지율은 허상인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호남지역에선 ‘박근혜 대항마’로서 안 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히 컸다고 한다. 민주당 김효석(담양-곡성-구례) 의원은 “안 원장 얘기를 하면서 ‘내년 대선에 해볼 만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이 지역에 많았다”고 전했다. 이춘석(익산갑) 의원은 “‘누굴 내세워서라도 (박 전 대표를) 이기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호남에) 형성돼 있더라”라고 전했다.



 반면 영남권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세론’이 건재하다고 주장했다. 최경환(경산-청도) 의원은 “‘안 원장은 지나가는 바람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권경석(창원갑) 의원도 “안 원장이 개인의 능력이나 역량 때문에 뜨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편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과 관련해선 한나라당에서조차 “심각할 정도로 안 좋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나왔다. 남경필(수원 팔달) 최고위원은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조속히 보여 주지 못하면 여당의 현역 의원들은 공멸할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구상찬(강서갑) 의원도 “추락하는 경제 때문에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때 수준”이라고 했다.



남궁욱·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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