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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5개 눈, 38개 뇌 … 로봇우주인 시대 개막

중앙일보 2011.09.14 00:34 종합 8면 지면보기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러시아의 무인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 M-12M’ 사고 탓이었다. ‘프로그레스’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6명의 우주인에게 식량을 실어 나를 보급선이었다. 하지만 탑재된 소유스 로켓이 발사 325초 만에 폭발, 땅에 추락했다. 러시아는 사고 원인을 밝히고 정비를 끝낼 때까지 소유스 로켓 발사를 잠정 중단시켰다.


R2, 우주정거장서 시험 가동
초장기 비행 심우주 탐사 때
인간 대신해 주역 맡게 될 듯

 문제는 다음 ISS 교대팀을 실어 나를 유인 우주선도 같은 로켓을 쓴다는 점이다. 우주인들이 모두 지구로 귀환할 11월 중순까지 문제가 해결 안되면 ISS가 텅 비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지난 9일 연료 공급관이 막혔던 게 사고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NASA는 유인 우주선 발사에 아직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ISS에는 왜 꼭 사람이 필요할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비 작업 때문이다. ISS는 낡았다. 10년 이상 된 부품이 상당수다. 우주 쓰레기(Space Junk)가 날아와 부딪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계속 부품을 갈고 고장 난 부분을 고쳐줘야 한다. 이런 일은 아직까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도 마찬가지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NASA의 전망이다. ‘프로그레스’ 사고 이틀 전 ISS에선 새 ‘우주인’이 기동을 시작했다. 지난 2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올라간 로봇우주인(Robonaut) ‘R2’였다. 2002년 개발된 첫 모델(R1)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NASA는 이날 지상에서 원격으로 R2에 전원을 넣고 카메라·센서 등을 점검했다.



 R2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다. 5개의 눈(카메라)과 350여 개의 감각기관(센서), 38개의 뇌(PC프로세서)를 이용해 주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섬세하게 반응한다 . 두 손은 각각 18㎏의 악력(握力)으로 물체를 쥘 수 있다. 인간의 것을 그대로 빼닮은 10개의 손가락은 복잡한 정비도구도 조작 가능하다. 아직 상반신뿐이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갖추지 못했지만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NASA는 R2와 같은 로봇우주인들이 제대로 ‘한 사람 몫’을 하는 때가 곧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장기간 미지(未知)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심우주 탐사 때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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