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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도가니’

중앙일보 2011.09.14 00:26 종합 24면 지면보기



그날 그곳에선 어떤 일이 … 진실을 알면 꽤나 불편할 겁니다



2000년부터 5년간 한 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



그러니까 이 영화는 우리 안의 ‘소시민’에 관한 얘기다. 장담컨대, 가슴 속에 뭔가 뜨거운 게 치밀어 오를 것이다. 먹고 사느라, 자식 키우느라, 부모 모시느라 잠시 저만치 치워놓았던 뭔가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며 수많은 타협을 되풀이해온 많은 이들에게 이 영화는 가혹하리만치 도덕과 정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염치를 따져 묻는다. 소설가 공지영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 얘기다.



 소도시 무진의 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다.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 절대적 약자인 청각장애 아동들이 피해자다. 학교발전기금 5000만원을 내고 겨우 자리를 얻어 부임한 미술교사 인호(공유)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와 사별한 그에겐 늙은 어머니와 아픈 딸이 있다. 인호는 인권단체 간사 유진(정유미)에게 사건을 알린다. 지역 유지이자 ‘예수 모시는 사람’인 교장 형제가 잡혀가지만, 재판 결과는 상식의 테두리 밖이다.



 ‘도가니’의 악인은 절대악처럼 그려진다. 교장 형제를 둘러싼 사회가 보여주는 단면은 마치 부조리 종합선물세트 같다. 실화 소재라는 점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다분히 극화를 위한 도식적인 구도로 보일 정도다. 가해자 측은 피해아동 3명 중 2명의 가족을 매수해 합의하는 데 성공한다. 교장 부인은 인호의 뺨을 치고 침을 뱉는다. 교장으로부터 봉투를 노상 받아 챙기던 형사는 “판사 하다 막 개업한 변호사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가해자 측 증인인 산부인과 의사는 “심한 자위행위에도 그럴 수 있다”며 피해자를 두 번 욕보인다. 하다 못해 교육청 관계자조차 “방과 후에 일어난 일은 시청 소관”이라며 발뺌한다.



 ‘우리 안의 소시민’을 대변하는 인호는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는 소설보다 좀더 용감해졌다. 어머니가 “교장 선생님 갖다 주라”며 준 난 화분을 들고 인호가 교장실 문 앞에서 주저하는 장면, 죽은 아이의 영정사진을 든 그가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지는 장면 등은 ‘도가니’가 선사하는 특별한 순간 중 하나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존재를 알렸던 공유는, 이제 연기자로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선언한다.



 ‘도가니’는 당신은 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편치 않았는가를 묻는다. 장애아들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 아역 배우들이 그런 장면을 연기한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선정적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쓴다. 선언이나 구호가 아닌, 단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절절한 울림을 끌어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의 성취는 값지다. ‘마이 파더’의 황동혁 감독. 2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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