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칼럼] 인기 브랜드 네이밍의 비밀

중앙일보 2011.09.14 00:15 경제 8면 지면보기






김정응
HS애드 상무·국내2사업부장




남녀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판타지 드라마 한 편이 올 초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필자의 아내와 대학생 딸아이도 이 드라마에 폭 빠져 지냈다. 필자는 내용 전개보다 배우 하지원씨가 연기한 여주인공의 이름 ‘길라임’에 주목했다. 독특한 느낌의 그 이름이 한동안 계속 떠올랐다.



 한 달 전부터 목 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을 열심히 다니는데도 뭔가 속 시원한 치료법이 없는 듯해 짜증이 났다. 어느 날 병원을 오가는 길에 작은 즐거움을 발견했다. 좀 허름한 족발구이 집인데 간판이 특이했다. ‘족발연구소’. 아주 세련된 데다 현대적인 감각까지 더해진 ‘연구소’란 글자체가 족발이라는 업의 본질과 상당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만두벌판’이라는 만두가게 이름과 더불어 꽤 기억될 듯싶다.



 오늘날 마케팅은 ‘기억’과의 싸움이다. 마케팅의 대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현대를 ‘기억되지 않은 브랜드의 거대 소멸기’라고 표현했다. 오늘날의 마케팅 환경에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기억된다는 것은 곧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화두다. 매일 2000가지가 넘는 광고와 브랜드에 노출되며 사는 소비자들에게 ‘기억되지 않음’이란 곧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무기가 바로 ‘다름’이다. ‘다르다’는 것은 그 존재가 기타 다른 존재와 구분됨을 의미하며, 이 구분이 곧 특별함을 만들어 낸다. 특별하다는 건 그만큼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결국 다르다는 것이야말로 마케팅 전쟁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최고의 무기인 것이다.



 사실 ‘다름의 가치’를 만든다는 건 마케팅의 영원한 과제다. 마케팅의 전 과정을 ‘다름의 가치’로 관리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 제품, 그 서비스는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이름, 즉 브랜드 네임에 확대경을 대고 싶다. 뭐니 뭐니 해도 기억의 1차 관문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엔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응(應)자가 주는 낯섦도 그렇지만 ‘정운’ ‘정은’ 등으로 잘못 불리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필자 이름의 끝 자인 ‘응’자엔 분명 ‘다름의 가치’가 있다. 그런 만큼 외려 이 글자가 효과 뛰어난 기억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이다. ‘응이형’ ‘응상무’ ‘응아’, 나아가 ‘응~’이란 호칭으로까지 변신해 필자를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프랑스빵을 파는 세련된 베이커리 이미지를 주는 제과 브랜드. 이슬같이 깨끗하고 깔끔한 맛을 연상케 하는 주류 브랜드, 휘파람처럼 감미로우면서 한편으론 센 바람이 나옴직한 에어컨 브랜드까지… 이 모두 ‘다름의 가치’가 반영된 기억하기 좋은 이름들이다. 물론 이름만 좋다고 오래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남다른 브랜드 이름과 함께 그에 걸맞은 품질·서비스·철학까지 갖췄을 때 비로소 다름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그런 ‘남다름’이 모여 위대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위대한 차이를 달성한 기업은 경쟁에서마저 자유로울 수 있다.



김정응 HS애드 상무·국내2사업부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