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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5등급보다 못한 대접 받는 2등급 와인

중앙일보 2011.09.14 00:15 경제 8면 지면보기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흔히 서비스 산업을 3차 산업이라 칭한다. 학창 시절 ‘전체 산업에서 3차 산업의 비중이 큰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라 배운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전 우리나라에선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적 기준에 따라 각 산업군을 달리 대접했다. 오늘날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상업이 사회적으로 최하위 계층으로 인식된 적도 있었음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과거 ‘사(士)’의 영역으로 여겨져 가장 떠받듦을 받았던 정치행위마저도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선 고도의 서비스업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정치 분야 서비스의 요체는 고객인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치인이 알아서 실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면 후보자일 때와 당선된 뒤에 말과 행동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일이 없을 것이다. 당파적 이익이나 미래를 생각지 않는 포퓰리즘적 행태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을 외면하는 정권이나 정당은 지속적으로 권력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 안철수 파동(?)을 보면 도무지 국민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정당이며 정치인들이며,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을 뿐이다. 이런 혼란을 겪고도 국민들의 진짜 속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자신들의 손익 계산에만 열중하는 모양새다. 이런 식이면 제2, 제3의 안철수 파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진실이야 어느 쪽에 있든 구설에 오른 것만으로도 머리 조아려 사과해야 할 선출직 공직자들의 나 몰라라 하는 모습도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소비자)들이 품게 될 정치 불신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극히 소수의 목소리 큰 자들이 정치라는 서비스를 독점하게 된다. 결과는 정책 비효율로 인한 국가 경제의 파탄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져 있다.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로선 쉽지 않은 국제 정세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의 파고가 예고편이었다면,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는 서막이다. 이제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의 재정적자로 인한 ‘더블딥’ 경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본격적인 쓰나미를 앞두고 국민을 사분오열시키는 어떠한 사태도 묵인해서는 안 될 시점이다.



  고객 즉 소비자를 외면한 조직은 생존할 수 없다. 와인업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프랑스 보르도, 특히 메도크 지방의 와인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과 더불어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진다. 이 지역 와인이 유명해진 건 13세기 초 이 지역 공주의 재혼 대상이 영국 왕이 되면서 일찍부터 영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좋은 와인을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55년 나폴레옹 3세 때 열린 파리 박람회를 계기로 보르도의 61개 샤토는 1~5까지 등급(그랑크뤼 클라세)을 인정받았다. 이후 샤토 무통 로칠드만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 조정됐을 뿐 다른 샤토들은 당시 등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마저 이 등급 그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2등급 와인인데 현실적인 소비자 호응도는 4등급이나 5등급 와인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대비되는 게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이나 미국 나파밸리의 와인 생산자들이다. 이들은 등급에 사로잡히기보다 소비자의 입맛 변화에 맞춰 진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이들 지역의 와인 중 일부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경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다. 우리 삶의 대부분이 ‘서비스업의 한 형태’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고객의 장기적인 이익을 좇는 서비스맨이 많아질 때 경제도, 생활도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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