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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3 고용형태 나와야 한다

중앙일보 2011.09.14 00:14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과




정부와 여당이 추석연휴 직전에 통 큰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최근의 정치 지형에 자극을 받았는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로 급선회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소득양극화·경기침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당정의 비정규직 대책은 사회안전망 강화와 정규직과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3분의 1을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감독관에게 시정권한을 주고 근로자도 쉽게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대표자 신청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사내하도급 문제와 불법파견 문제를 억제하기 위해 사업장이 직접 수행하던 업무를 사내하도급으로 전환할 때는 노사협의회를 거치도록 의무화했고, 불법파견으로 확인된 파견근로자는 사용기간에 관계없이 해당 기업이 직접 고용하도록 했다. 기업의 정규직 채용을 촉진하기 위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의 공제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공공기관도 고용형태별 고용인원 등의 공시를 통해 정규직 채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당정의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간과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근본 처방보다는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대책은 고용감소 등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는 경쟁의 기회가 차단되어 있고, 보호와 지원의 우선순위가 잘못되어 있으며, 고용형태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풍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정규직 중심이며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압력 때문에 정규직 고용을 과보호하고 임금수준은 높이는 대신 그 부담을 비정규직과 협력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대기업으로 갈수록 심하다. 따라서 대기업 노사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앞세우지 못하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기 어렵고 일단 비정규직이 되면 함정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채용과 배치, 승진과 퇴직 등에 있어서 통합적인 인적자원관리를 촉진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지 못하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



 또한 정규직이 아니면 다 비정규직으로 간주하는 풍토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면서 고용도 늘리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근로자는 물론 기업도 원하는 새로운 고용형태의 등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 제도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상적인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대책만 강화하면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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