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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의 세상읽기] 포퓰리즘 경쟁으론 승산이 없다

중앙일보 2011.09.14 00:13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종수
논설위원·경제연구소 부소장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연일 친서민 복지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5일 청년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7일부터 9일까지 3일 연속으로 감세(減稅)정책 철회와 대학생 등록금 대책,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 추석맞이 친서민 3종 선물세트를 쏟아냈다. 추석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안간힘이 애처로울 정도다. 그러나 민심을 향한 정부와 여당의 이런 간절한 마음이 과연 국민들의 가슴에 얼마나 전달됐을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추석 연휴를 마치고 여의도로 돌아온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지역 민심은 청와대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기대했던 것에는 훨씬 못 미칠 공산이 크다. 급조한 기색이 역력한 몇 가지 대책만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단번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선물이란 원래 주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 있어야 받는 사람이 감동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요란스럽게 던져준 추석맞이 친서민 선물세트의 포장을 뜯어보면 정성은 보이질 않고 그저 눈앞의 표심을 잡겠다는 정략만 가득해 보인다. 이래서야 선물을 받아본 국민들이 감동할 리가 없다.









[그림=김회룡 기자]






 감세 철회는 한나라당이 강력히 요구했다고는 하지만 실은 그동안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것을 마지못해 들어준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감세 철회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가운데 기업들의 반발만 무성하니 친서민 선물이라고 덥석 반기기도 머쓱하다. 정부를 압박해 드디어 감세 철회를 얻어냈다는 한나라당은 그런다고 서민정당으로 비칠까. 국민들 눈에는 ‘부자 감세’를 주장한 야당의 공세에 질질 끌려다니다 맥없이 주저앉은 허약한 여당으로 보인다.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도 마찬가지다. 소득 수준에 따라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른바 ‘차등 등록금제’는 야당의 ‘반값 등록금’ 주장에 비하면 그나마 합리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혜택을 받는 대학생들에겐 여전히 ‘반값 등록금’만 못하고, 대학생 자녀가 없는 가정이나 대학에 가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뿐이다. 무엇보다 이런 대책이 야당의 ‘반값 등록금’ 주장에 밀려 할 수 없이 나온 대안이라는 게 문제다. 기껏 어렵사리 선물을 마련해 주고도 고맙다는 소리를 듣기는커녕 생색내기도 어려운 것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재계와 노동계 양쪽에서 모두 불만이 터져나왔다. 선물 비용을 대야 하는 쪽에선 대놓고 부담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하고, 선물을 받아든 쪽에선 마뜩지 않은 선물을 아예 내팽개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이런 선물을 내놓고 국민이 감동하거나 민심이 돌아서기를 바랐다면 처음부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이번 추석 선물세트를 보면 한나라당의 2중대 기질이 여실히 드러난다. 처음엔 야당이 제기한 복지이슈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다가 야당의 주장이 먹히는가 싶으면 슬그머니 편승한다. 그러고선 뜨뜻미지근한 대책을 ‘친서민 대책’으로 포장해 발표한다. 야당의 포퓰리즘에 뒷북을 치면서 쫓아가는 행태가 일종의 패턴으로 정착됐다. 복지 포퓰리즘에 관한 한 야당의 2중대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내내 이런 식이라면 내년 대선이든 총선이든 결코 표심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여당이 복지 포퓰리즘의 뒷북을 아무리 쳐대도, 거기에는 항상 원조 복지를 표방하는 야당이 한 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원조 복지당이 있는데 2중대 복지당이 국민들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한나라당이 복지 포퓰리즘으로 야당과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는 이유다.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 문제가 내년 양대 선거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인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국민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따져보자. 국민들은 성장은 그만하면 됐으니 이제는 복지를 중시해야 할 때라고 보는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장을 표방한 MB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제대로 성장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가 불같이 살아나서 일자리가 넘치고,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졌다면, 복지가 우선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먹혔겠는가. 모름지기 복지 수요는 경기가 활황일 때보다 침체했을 때 더 큰 법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성장이 둔화되면 복지에 기댈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살림살이가 팍팍하니까 복지에 대한 잠재수요가 늘어났고, 복지 포퓰리즘이 먹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복지 포퓰리즘으로 나간다고 서민들의 일자리가 생기고 살림살이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본심을 놓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한나라당도 그런 정부를 뒷받침하라고 다수당으로 뽑혔다. 그러면 정부와 여당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지켰는가. 경제를 제대로 살려놓지도 못한 채 복지 포퓰리즘을 내세운다고 국민들이 과연 다시 뽑아줄까.



김종수 논설위원·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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