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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보여주는 것

중앙일보 2011.09.14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그리스의 국가부도(디폴트) 우려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내달 초로 예정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급이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에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 지금까지 650억 유로가 지급됐다. 나머지 돈 가운데 내달 초에 주기로 한 80억 유로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U 측은 그리스가 지난해 약속했던 재정긴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이다.



 문제는 그리스가 디폴트 날 경우의 파장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그리스 국채를 많이 들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EU의 거대국들이 상당한 피해를 본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막대한 터에 디폴트가 나면 이들 나라까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유수 은행들 역시 엄청난 손실을 본다. 그래서 EU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지만, 시장은 이미 답을 내려놓았다. 그리스는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1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00%, 2년짜리가 60%를 넘는다는 게 그 증거다.



 그리스가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둘 중 하나다. 재정 수입을 대폭 늘리거나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둘 다 불가능하다. 수입을 늘리려면 현재 마이너스인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4~5%대로 높여야 하지만, 그리스 능력상 불가능하다. 지출을 줄이려면 사회복지 관련 지출이 무려 50%가 넘는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EU가 지원하는 1100억 유로는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갚는 데 쓰면 다 끝난다. 내후년부터 돌아오는 국채는 상환할 여력이 없다. 그리스의 국가부도는 시기 문제일 뿐,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그리스가, 1980년대 아르헨티나 등의 중남미 국가처럼 국가부도를 맞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게다가 빚을 자력으로 갚지 못하고, 남미처럼 대폭 탕감받는 오명을 쓰게 될 줄이야.



 한국 정부는 그리스의 충격을 극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외자 조달원의 다변화 등에 노력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그리스의 리더십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특히 집권하기 위해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한 그리스 정치인들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가령 연금제도는 유럽에서 가장 관대하다. 은퇴 후 받는 공적연금이 은퇴 직전 근로소득의 96%나 된다. 일자리를 준다는 명분으로 고용이 보장되는 공공 부문을 지나치게 늘렸다. 공공 부문이 전체 경제의 40%나 된다. 나라가 디폴트 상태에 처해도 연금 개혁과 노동 유연성 제고 등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복지는 한번 잘못 설계하면 되돌리기가 정말 어렵다는 단적인 증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지금, 반드시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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