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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석 민심은 물가였다

중앙일보 2011.09.14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추석 연휴 동안 국민은 치솟은 물가를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지난해보다 20~40%씩 오른 과일·채소 등 식품 값에 놀랐고, 정부 통제로 주춤하던 기름값마저 고삐가 풀려 충격은 더했다. 자동차를 몰고 고향길이나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은 기름을 넣으며 가슴을 졸였다. 보통 휘발유의 L당 평균 가격은 정부가 마지노선이라고 했던 2000원을 어느새 훌쩍 넘겨 있었다. 서울에선 2200원대를 웃돌았다. 며칠 사이 10%나 폭등한 셈이다. ‘기름값 전쟁’ 운운하며 큰소리치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모습은 쓴웃음만 짓게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최고치인 5.3%로 올랐다는 통계가 단지 수치(數値)가 아닌 현실임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추석 밥상 민심(民心)은 단연 물가였다.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화두였다. “농사를 망쳤다”는 농민, “장사가 안된다”는 자영업자, “장보기가 겁난다”는 서민의 하소연들이 넘쳐난다. 으레 엄살 떠는 소리가 아니다. 차례상을 좀 더 검소하게 줄이고, 작은 선물을 사는 데도 지갑을 몇 차례 들여다봤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했다. 고향을 둘러본 정치인들도 ‘먹고사는 문제’로 밑바닥 민심이 흉흉했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입을 모았다.



 물가 급등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올 들어 유가·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물가를 불안하게 했다. 국내적으로 기상악화가 농수산물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물가 잡기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이 용서되지는 않는다. 금리인상 등 정책은 실기(失期)하면서 기업 팔을 비틀어가며 물가관리에 호들갑을 떨던 정부이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물가는 경제적 주름살에 그치지 않는다. ‘안철수 신드롬’은 정치적 배경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살림이 팍팍해지면 정치 혐오증은 커진다. 먹고사는 걸 책임지지 못하는 기성 정치인이 싫다는 냉소적 반응이 심해진다. 새로운 희망과 대안을 찾는 심리가 신드롬을 만들어낸다. 물가와 정치는 보완적 함수관계에 있음을 추석 민심은 새삼 확인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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