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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귀성길

중앙일보 2011.09.14 00:11 종합 31면 지면보기








최초의 자동차는 1678년 벨기에 출신의 페르디난드 베브비스트 신부가 선보였다. 선교를 위해 청나라에 간 그는 당시 황제이던 강희제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간단한 증기기관을 단 60㎝ 길이의 나무 수레를 만들었다. 사람이 타는 최초의 자동차는 1769년 프랑스의 공병장교 니콜라 조제프 퀴뇨의 작품이다. 2기통 증기 기관을 탑재한 3륜 증기 자동차는 한 시간 동안 파리시 교외를 달리다 언덕 옆 벽을 들이받고 정지했다. 퀴뇨는 최초의 자동차 사고를 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11년 순종의 전용차와 총독부 관용차를 미국 포드로부터 처음 수입했다(이이화, 『한국사이야기』). 하지만 한동안 교통의 중심은 철도였다. ‘귀성전쟁’ 하면 기차표 구하기였다. 69년 추석날인 9월 26일자 중앙일보 사회면에는 ‘밀치고 깔리고 매 맞으며’라는 제목으로 “서울역에 11만 명이 몰려 경찰이 대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질서를 잡았다”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15시간이 걸리던 시절이다. 80년대 후반 고속도로가 속속 뚫리고 본격적인 자동차 보급이 이뤄진 뒤에야 ‘귀성길 교통체증’이 낯설지 않게 됐다. 올해도 13일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9시간 이상 걸리는 답답한 상황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길 막히는데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의 젊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38)는 2년 전 막 이륙한 스페인행 비행기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가로지르는 101번 고속도로를 내려다보며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시간과 공간 낭비를 엄청 줄일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런 고민의 결과가 무인 자동차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엉뚱하게도 무인 자동차 7대를 미국 도로에서 시험했다. 지금까지 이 차들은 16만 마일(25만㎞)을 달렸다. 지난달 접촉사고를 냈는데 자동운전이 아니라 사람이 몰던 상태였다. 자동차 전문 온라인 매체인 잘롭닉은 “대체 누가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긴 거야”라는 제목을 달았다. 무인 자동차는 차간 간격을 좁힐 수 있고 불필요한 가속과 감속도 없다. 같은 도로에서 사람이 몰 때보다 두 배 많은 차량이 달릴 수 있다.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는 “지금의 현실은 과거에는 그저 상상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갈 곳만 불러주면 자동차가 알아서 모셔다 주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그때는 귀성길도 조금 더 편안할 것이다.



김창우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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