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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버틸 돈도 안 남았다” 그리스, 디폴트 카운트다운

중앙일보 2011.09.14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국가부도 악몽 끝내 현실되나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













추석 연휴 사이 그리스엔 채무불이행(디폴트) 경보가 다시 울렸다. 그리스 경제부 장관인 필리포스 사히디스는 “현금이 고갈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털어놨다. 그는 그리스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주지 않으면 그리스는 25일 정도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다음 달 중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리스의 파국 가능성은 채권국인 독일에서도 제기됐다. 경제부 장관인 필립 뢰슬러는 12일자 디벨트지에 쓴 칼럼에서 “(유럽은) 유로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그리스의 ‘사전 조율된(orderly) 디폴트’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경고음이 울려 퍼지면서 이날 그리스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는 한 나라 국채의 부도위험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CDS 가격을 바탕으로 그리스 국가부도 확률을 계산하면 98%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 부도 우려는 최대 채권국인 프랑스를 강타했다. 이날 파리 주가는 4% 넘게 추락했다. 영국과 독일 주가는 1~2% 남짓 떨어졌다. 프랑스 1·2위 은행인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 대형 은행의 주가가 10% 안팎으로 폭락했다.











 글로벌 시장이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구제금융 동결 가능성이었다. EU·IMF는 그리스가 올해 긴축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재정상태 평가 작업을 최근 중단했다. 당장 9월분 구제금융 112억 달러(약 12조3000억원) 지급이 불투명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주 말엔 유럽중앙은행(ECB)의 내분마저 불거졌다. 독일 쪽 통화정책위원 한 명이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을 비판하며 사퇴했다.



독일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유럽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모든 요소들이 한 점(그리스 디폴트)을 향해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며 “그리스 사태가 운명의 한 주를 맞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번 주엔 EU·IMF 대표들이 회동한다. 그리스 재정상태 평가 작업을 다시 시작할지 여부를 의논하기 위해서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안을 제시하며 9월분 구제금융을 요청할 요량이다. “하지만 그리스 경제 상황이 너무 나빠 약속대로 재정상태를 개선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유럽 리더들이 그리스가 긴축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쪽으로 결단해야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주 금요일(16일) 폴란드에서 열릴 유로존(유로 사용권) 17개국 재무장관 회담이 주목받고 있는 까닭이다. 13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우선 과제는 그리스의 갑작스러운 디폴트를 막는 일”이라며 “디폴트는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늦어도 16일까지는 프랑스 3대 은행의 신용평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신용강등 회오리가 또다시 몰아칠 수도 있다.



 이탈리아는 중국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에 신규 국채 인수를 요청했고, 중국은 협상에 응했다. 이달 초 원자바오(<6E29>家寶·온가보·69) 총리가 유럽 투자 지속을 말한 터여서 ‘중국이 유럽의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 올랐다. 이날 뉴욕 주가가 장 막판에 오름세로 돌아선 까닭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해에도 유럽과 중국 사이에 채권 매입 협상이 두 차례 이뤄졌으나 중국이 재정위기국 채권을 사주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남규 기자





◆신용디폴트스와프(CDS)=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대비해 채권자가 금융사와 맺어두는 일종의 보험 거래. 채권자는 보험료(프리미엄)를 금융사에 내고 채무불이행이 되면 원리금(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채무자인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이 클수록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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