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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주부, 집 살 종잣돈으로…" '이것' 열풍

중앙일보 2011.09.14 00:08 경제 2면 지면보기



스페셜 리포트
가을 전세난 앞두고 임대수익형 부동산 열풍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오피스텔 등 임대수익형 상품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최근 한 오피스텔 견본주택에서 수요자들이 줄 지어 청약하는 모습.





지난 4일 경기도 분당신도시 정자동 주택공원 전시관에 있는 신야탑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견본주택.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베레모를 쓴 노인부터 아이 손을 잡고 온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주부 이모(37·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씨는 “집을 사려고 모으던 종잣돈으로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임대를 놓고 임대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영어학원비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를 놓아 매달 일정한 임대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임대수익형 부동산 투자 열풍이 갈수록 거세다. 각종 경제적 악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 임대용 초소형 주거시설을 분양하는 현장마다 사람이 몰리며 불티나게 팔린다. 불확실한 집값, 불안한 주식, 불투명한 경기, 뛰는 물가가 되레 임대수익형 부동산에는 호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도 임대수익형 상품은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달이 속출하는 아파트 분양시장과 딴판으로 임대수익형 상품의 경쟁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은평뉴타운에 들어서는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는 최근 814실 모집에 9000여 명이 신청해 평균 1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20㎡형의 경쟁률은 가장 높은 103대 1을 기록했다. 계약 6일 만에 87%가 팔리면서 계약금 113억6000여만원이 몰렸다. 시행사인 아이앤콘스 홍기범 부장은 “청약을 받은 이틀 내내 청약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신청했다”며 “이렇게 사람들이 몰릴 줄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라건설이 서울 서초동에 공급한 도시형 생활주택인 한라비발디 스튜디오 193도 평균 5대 1, 최고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우건설이 7월 초 경기도 분당신도시에서 분양한 정자동 2차 푸르지오시티 경쟁률은 평균 24대 1에 달했다.



 임대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젊은층으로 확대된 것도 요즘의 현상이다. 본지가 정자동 2차 푸르지오시티와 한라비발디 스튜디오 193의 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40대 이하가 60%를 넘었다. 한라건설 신현복 부장은 “장년층과 노년층이 주를 이루던 임대상품 시장에 20~30대와 주부층이 부쩍 늘었다”며 “가격이 약세라 해도 비싼 집을 사는 것을 보류하고 임대 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젊은층이 많다”고 말했다.













 임대수익형 투자 열기는 재테크로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집값은 특히 수도권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약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 값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에 비해 4.1%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주식시장에 빨간불이 잦다.



 여기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아파트나 주식 투자로 목돈을 벌기는 어려워졌다. 반면에 매달 지출은 늘고 있어 집을 사거나 주식에 투자하려던 돈으로 임대수익형 주택에 투자하려는 이가 많아졌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모(44·주부)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비는 늘어나고 시부모 생활비도 부담해야 해 갈수록 살림살이가 힘들다”며 “임대수익형 투자는 주식처럼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작고 매달 고정 수입으로 가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경기가 호황일 때는 위험성이 있어도 한꺼번에 큰돈을 벌려고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땐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등의 투자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매력이다. 대출금을 제외하면 5000만~1억원 정도면 된다.



 1~2인 가구 급증은 임대수익형 투자의 든든한 보루다.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에 세들어 살려는 수요자가 많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크게 공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신한은행 부동산전략사업팀 이남수 팀장은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임대수익형 상품 투자 열기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정부가 잇따라 주택임대사업 규제를 풀면서 투자성이 더욱 좋아졌다. 앞으로는 집 한 채만으로도 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걱정 없이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임대수입이 늘어나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큰돈 들이지 않고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돼 임대투자 문턱이 확 낮아졌다”고 말했다.



 임대수익형 투자 열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집값·주가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성대 백성준(부동산학) 교수는 “주택보급률은 이미 상당히 높아졌고 경제도 급성장기를 지나 저성장기에 접어들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시세차익보다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을 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도시형 생활주택=정부가 1~2인 가구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2009년 5월 ‘준주택’ 개념을 적용해 도입한 주택. 전용 85㎡ 이하의 299가구 이하 공동주택이 대상이다. 주택 크기·형태 등에 따라 원룸형·단지형 연립·단지형 다세대 등으로 구분된다. 분양가 규제, 청약자격 제한 등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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