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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크리스털의 나라에서 만난 ‘스와로브스키와 현대미술’

중앙일보 2011.09.14 00:03 경제 18면 지면보기






음악·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크리스털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는 작품 ‘크리스털 매트릭스’.





크리스털의 손길이 닿지 않는 패션 아이템은 거의 없다. 귀고리·반지 같은 액세서리는 기본. 청바지·핸드백·머리끈까지, 화려한 광채가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장식한다. 하지만 크리스털의 영역은 패션만이 아니다. 때론 예술작품이 되기도 한다. 단 직접 감상할 기회는 흔치 않다.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주의 주도 인스브루크로 날아가 볼 것. 세계적 크리스털 제조 업체 스와로브스키의 본사 현지 매장에선 현대 작가들의 크리스털 작품이 한창 전시 중이다. 고객의 지갑만이 아닌, 눈과 마음을 열게 하는 크리스털이 그곳에 있다.



인스브루크=이도은 기자

사진=스와로브스키





초파리의 눈이 크리스털 작품으로









가로·세로 각각 4m에 가까운 크기로 매장 벽면을 가득 채운 크리스털 작품 ‘파스 프로 토토(Pas Pro Toto)’. 초파리의 두 눈을 확대시켜 ‘다양한 시각’을 표현했다. 토마스 포이어슈타인의 작품이다.



지난달 25일 인스브루크 헤르초크 프리드리히가에 자리 잡은 스와로브스키 본사 매장. 1000㎡ 3층 건물은 8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이날 처음 문을 열었다. 200여 년 된 오래된 건물 외벽과 달리 내부는 모던한 흰색·은빛으로 전체를 꾸며 대조를 이뤘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크리스털로 만든 거대한 초파리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작품명은 ‘수퍼 플라이’. 가로·세로·높이가 40㎝×70㎝×70㎝로 실제 크기보다 500배나 큰 형태였다. 그 옆에는 두 개의 크리스털 반구를 짧은 원통에 연결지어 놓은 작품 (‘팬텀’·150㎝×150㎝×100㎝)도 함께 있었다. 마치 초파리의 머리만을 떼어낸 모양새였다. 작품 전시는 매장 안에서도 이어졌다. 한쪽을 뒤덮는 두 개의 납작한 원뿔이 눈에 들어왔다. LED 램프들이 박힌 수천 개의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작품 ‘파스 프로 토토(Pas Pro Toto ‘일부가 전체를 나타낸다’는 뜻)가 거대한 크기(380㎝×380㎝×80㎝)와 광채로 시선을 압도했다. 이들 세 작품은 초파리의 눈을 모티브로 삼아 점점 확대시켜 표현한 시리즈물이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현대 작가 토마스 포이어슈타인의 작품이다. 그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인간은 앞만 보는 눈을 가졌지만 곤충은 360도의 다양한 각도로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 시점에서 지녀야 할 유연한 시각 아닌가”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일반 제품을 파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작품 감상을 잇기 위해서는 매장 안에 마련된 10㎡(3평) 남짓한 방으로 들어가야 했다. 어두운 방 중앙에 크리스털 덩어리 15개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잔잔한 피아노곡이 흐르는 가운데 테이블 위로 무지갯빛 조명이 비춰졌다. 음악과 조명이 변할 때마다 크리스털의 색도 따라 변했다. 작품명은 ‘크리스털 매트릭스’. 오스트리아 작가 어윈 레들이 만들었다. 크리스티나 스와츠 홍보 매니저는 “관람객들은 한 곡이 끝나는 12분간 크리스털을 통한 시각과 청각의 반사를 느껴보는 경이로움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인스부르크 매장에 전시된 미 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지구의 모습. 각국의 주요 도로가 마치 크리스털 결정체와 비슷하다.












초파리를 형상화한 작품 ‘수퍼플라이’(左). 스와로브스키 인스부르크 매장 내 계단과 기둥. 계단은 크리스털 조각 2만여개로 만들어졌다(右).



한데 매장에서 제품이 아닌 작품을 내놓는 이유는 뭘까. 이른바 ‘감각 마케팅’ 전략이다. 크리스털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매장을 찾게 되고, 구매에 대한 부담 없이 예술 작품을 보면서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 전시 총괄 담당자인 안드레아 브라운은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과거의 제품을 전시하며 전통을 자랑하고, 아티스트들과 협업 제품을 내놓으며 예술과의 접목을 시도한다”며 “제품이 아니라 아예 예술 작품을 만들어 브랜드의 창조성을 알리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스브루크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바텐시에 있는 스와로브스키가 만든 ‘크리스털 월드’도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로 손꼽힌다. 그곳에서는 앤디워홀·살바도르 달리·키스하링 등의 작품 외에 다양한 크리스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방이 500개의 면으로 구성된 ‘크리스털 돔’ 등 다양한 크리스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이곳을 보러 연간 70여만 명이 몰린다. 오스트리아에서 쇤부르 궁전에 이어 둘째로 많은 숫자다.



알은 커지고 컬러는 화려해지고









‘크리스털 월드’ 내 전시된 예술작품과 체험공간. 5 토마스 포이어슈타인의 ‘해파리 레비아탄’. 6 방 전체가 500여개의 조각으로 둘러싸인 크리스털 돔. 7 키스하링의 ‘미이라 십자가(왼쪽)’와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의 잔상’. 8 알렉산더 매퀸의 ‘조용한 빛’.





비슷비슷해 보이는 크리스털 액세서리라도 유행은 존재한다. 패션 트렌드에 따라 컬러·모양·아이템은 따로 있다는 게 스와로브스키 측의 설명. 뉴욕·밀란·파리·런던의 세계 4대 컬렉션이 크리스털 액세서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스와로브스키 본사에서는 별도의 팀을 두고 매 시즌 크리스털 트렌드를 분석한다. 트렌드팀 관계자는 “크리스털 제품은 최근 2~3년 새 알은 커지고 컬러는 더욱 화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에 맞춰 올 가을·겨울 크리스털 유행 아이템도 알려줬다.



컬러는 진보라·청록·빨강으로 올해는 유난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도 튀는 컬러가 많아졌다. 파란색에 가까운 진보라(블루마린·입생로랑), 청록색(프라다·구찌), 빨강(질샌더·마크제이콥스) 등은 특히 유명 디자이너 쇼에서 빛을 발했다. 이에 맞춰 밝고 선명한 컬러의 크리스털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반면 블랙 앤드 화이트로 구성된 2중 컬러의 디자인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펜던트는 새와 원 모양이 주로 많아 새는 ‘수호’의 의미가 강하다.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하는 듯 목걸이 펜던트에 유난히 새 모양이 많다. 새를 모티프로 삼아 몽환적 느낌을 주는 D&G·샤넬 등의 컬렉션에서 영향을 받은 것도 한 이유다. 한편 남성적인 매니시룩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크리스털 역시 깔끔하게 커팅된 원모양이 주류가 됐다. 또 이번 시즌에도 귀여운 이미지를 주는 별모양은 여전히 강세다.



뱅글은 필수 아이템 여름이 지났지만 뱅글의 위력은 여전하다. 특히 한두 줄의 가는 형태가 아니라 손가락 한마디쯤 되는 굵은 디자인이 인기다. 아예 두툼하고 더 화려한 수갑형도 많아졌다. 팔찌와 달리 양끝이 떨어져 있는 형태로, 좀 더 강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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