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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엄태종 삼성자산운용 본부장

중앙일보 2011.09.10 01:30 주말섹션 15면 지면보기



짝짝이 양말이 주는 균형







한쪽은 짙은 인디언 핑크, 다른 쪽은 아주 연한 핑크. 엄태종(51)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글로벌 영업과 연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본부장이다. 직함이 주는 보수적인 이미지와 눈앞에 보이는 ‘짝짝이 양말’ 사이에는 꽤 격차가 있다. 그에게는 양쪽이 똑같은 것이 오히려 불균형이다. 어느 한쪽이 다르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진짜 균형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고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꾸려가는 투자 전문가로서, 삶 속에서 직업의식을 실천하는 셈이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인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주변에선 당연히 교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관심은 미국의 금융산업, 특히 헤지펀드에 있었다.



 “헤지펀드는 체계화돼 있지 않고, 구조화돼 있지 않고, 각종 규제 그 너머에 있었어요. 미국이 풍기는 자유의 냄새가 묻어났죠.”



 컨티뉴엄자산관리를 시작으로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까지 자본시장에 몸담은 지 20년. 여전히 매너리즘보다 ‘경계인’으로서의 긴장감과 새로움이 훨씬 크다. 안정적인 것, 누구나 다 바라는 것에 만족할 수 없어 주류의 경계와 주변에 서 있는 덕에 누리게 된 특권이다. 지금도 주류는 국내 영업, 주식, 뮤추얼펀드다. 그런데 그는 해외 영업, 대안 투자자산, 헤지펀드에 관여한다.



 사적인 라이프스타일도 남들과는 45도 정도 비껴나 있다. 결혼 적령기라는 세상의 잣대에 얽매이지 않다가 3년 전에야 가정을 꾸렸다. “아들하고 저하고 정확히 50살 차이가 나요.” 이 말에도 걱정이 아니라 아들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 반가움이 담뿍 묻어났다.















 골프 대신 요리를 즐기는데 “조금만 집중하면 많은 안락과 여유를 주는 행위”라서다. 오래전 아티스트로부터 얻은 원숭이 요리사 모양의 커프스①는 요리 사랑을 상징하는 물건. 모양도 예쁘지만 원숭이와 요리사라는 결합이 가진 의외성이 매력 포인트다. 엄 본부장의 필기도구는 무조건 만년필이다.



 하지만 정작 아끼는 것은 기록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잉크와 종이다. 보랏빛과 녹색 등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잉크는 제이허빈(J-Herbin) ②의 천연 잉크. 루이 14세 때부터 최고의 잉크를 만들어 온 프랑스 브랜드다. 양복 재킷 안주머니 안에는 늘 작고 가벼운 몰스킨 ③수첩을 넣어 다닌다. 아주 작은 수첩만 쓰는 이유는 “정말 적어야 할 것만 적고 나머지는 머리로 외우고 생각하게 하는 필터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에 국내 톱 자산운용사의 본부장으로서 재테크 팁을 부탁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과 미국을 보며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 예측이 힘들어요. 이럴 때는 시장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곳에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해요. 어느 하나만 맹신하지 말고 인프라나 헤지펀드, 원자재, 선물 등 대안투자를 병행하세요.”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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