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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Insight] ‘인간 관계 - 조직 운영’ 컨설턴트, 브래프먼 형제

중앙일보 2011.09.10 01:30 주말섹션 8면 지면보기
‘주러 와도 미운 놈 있고, 받으러 와도 고운 놈 있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이치 따져 가며 생기는 게 아니란 뜻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됐든, 일이 됐든 ‘한눈에 끌린다’는 것도 비이성적이긴 마찬가지다. 영어 단어 ‘클릭(click)’에는 컴퓨터 마우스를 누른다는 뜻 외에 ‘즉각 좋아하게 되다’는 의미도 있다. 롬 브래프먼(38)과 오리 브래프먼(36) 형제는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클릭의 순간’을 이성적으로 연구한 사람들이다. 동생인 오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출신의 경영컨설턴트다. 미 육군을 상대로 조직 컨설팅을 했고, 하버드·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과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닷컴 등에서 강연을 해 왔다. 형인 롬은 미 플로리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심리치료 클리닉을 운영하는 심리학자다. 이들은 ‘신속하고 강력한 끌림’이 연인·친구 사이는 물론 기업을 비롯한 조직 운영에도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런 ‘클릭’을 인위적으로 촉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첫눈에 반해 봤나요, 비즈니스 상대에게 ?

김선하 기자



특수부대 장교 출신인 폴은 미 콜로라도에 위치한 핵무기 시설과 관련된 15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일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아침 회의에서 폴은 팀에 새로 합류한 원자력공학 전공자 나디아를 처음 만났다. 첫 데이트에서 폴이 묻는다. “만약 나와 결혼해 달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할래요?”



 브래프먼 형제가 자신들의 연구 내용을 담은 책 『클릭』에 소개한 사례다. 국내에도 최근 번역 출간됐다. ‘첫눈에 반한’ 폴과 나디아의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란 뭔가. 왜 중요한가.



롬 브래프먼 “사람들 사이에 아주 빠르고 강하게 형성되는 ‘유대감’이다. 친구·이성관계는 물론 비즈니스 조직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일단 상대방과 클릭을 경험하면 곧바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십년지기와 대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클릭의 순간에 사람의 뇌는 쾌감중추가 활성화된다. ‘와, 저 사람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치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1990년대 중반에 만난 폴과 나디아는 현재 부부이자 동업자다. 재난관리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마치 마법처럼 서로의 매력에 빠졌다는 게 두 사람의 얘기다. 그래도 여기까진 쉽게 이해가 된다. 사랑이란 게 원래 합리적 사고에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비즈니스’에서도 클릭이 일어난다고?



오리 브래프먼 “많은 사람이 비즈니스의 상호작용을 효율과 결과물만 따지는 딱딱한 것으로 생각한다. 보통의 관계에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초월하는 것이 바로 클릭이다. 누군가와 클릭을 경험하면 독창성·효율성·생산성이 더 높아진다. 능력의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작업방식을 발견하게 된다는 얘기다. 성공적인 신생기업의 경우 대부분 이런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꼭 신생기업이 아니더라도 클릭을 경험한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격려해 주다 보면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31년생 동갑내기인 짐 웨스트와 게르하르트 제슬러는 59년 미국 벨연구소에서 신입 연구원으로 처음 만났다. 웨스트는 미국 남부 출신의 흑인이고, 제슬러는 독일 출신이다. “우리 둘 다 조직 내에서 비주류였지. 인생과 물리학 얘기를 나누면서 아주 빨리 가까워졌다오. 연구소 생활이 힘들었지만 함께라면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먼.” 이들 두 사람은 연구소에 들어온 지 불과 3년 만인 62년 세계 음향학 역사를 바꿔 놓은 현대적 소형 마이크를 공동 개발했다. 이 밖에 브래프먼 형제의 연구에는 공동 작업으로 마야 상형문자를 해독한 학자들, 인질범과의 ‘클릭’을 통해 자수를 유도하는 경찰 니고시에이터(협상 전문가) 등 다양한 사례가 포함돼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느낌을 사람들이 쉽게 털어놓던가.



롬 “우리 형제가 그들을 만났을 때 뜻밖에도 아주 기꺼이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주려고 하더라. 더 흥미로운 것은 자신들이 경험한 클릭에 대해 회상할 때 이들이 활기에 넘쳤다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지금껏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고통스럽고 우울한 부정적 감정을 주로 연구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보다 평범한 문제들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면 개인적·사회적인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클릭의 순간을 연구한 것도 이런 이유다.”



●비즈니스에서의 클릭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오리 “회사에서 팀을 꾸릴 때 일반적으로 친한 사람들을 같은 팀에 배치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공과 사를 (두부 자르듯)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클릭을 경험한 팀은 단순히 유대감만 더 나은 게 아니라 업무에서도 훨씬 더 효율적이 된다. (미국의 톱클래스 경영대학원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서로 클릭을 경험한 MBA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할 때 훨씬 협조적·효율적이었다. 클릭을 경험한 팀은 갈등에도 더 잘 대처한다. 감정적 유대감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도 큰 상처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비즈니스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면 클릭을 통해 유대감을 갖춘 팀을 꾸려야 한다.”



 브래프먼 형제의 연구 핵심은 ‘마법 같은’ 클릭의 순간을 인위적으로 촉진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들은 취약성·근접성·공감대·유사성·소속감을 다섯 가지 ‘클릭 촉진제’로 꼽는다.



●취약성이 어떻게 클릭을 촉진하나.



롬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이를 드러내는 것은 관계 형성에서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듣는 사람이 ‘나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당신을 만나면 정말 행복해요’라든가 ‘당신과 얘기하면 아주 편안해요’라는 식의 얘기를 통해 말이다. 취약성을 가장 잘 활용한 정치인으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꼽고 싶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그가 겪었던 어려움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의 색소폰 연주도 사람들이 그를 ‘만들어진 대선 후보’가 아닌 ‘인간 클린턴’으로 느끼게 했다. 종종 눈물을 흘리며 자기 삶에 대해 얘기한 존 베이너 미 하원 의장도 좋은 예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공개한 스콧 브라운 미 상원 의원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런 ‘취약성’은 이들 정치인에게 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도움을 줬다.”



오리 “최근 미 육군과 함께 일을 했다. 군대는 다른 어떤 조직보다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으려 할 것 같지 않나? 사람들은 취약성이란 단어가 (고칠 수 없는) 약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장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라고 주문했더니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그들이 속한 집단이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취약성을 가장 많이 드러낸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집단 내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기업 경영에서도 취약성은 위력적인 도구다. 물론 회사의 결점이나 내부 재무정보를 모두 공개할 순 없다. 하지만 기업 경영자가 자신의 감성적 취약성을 드러내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신뢰받는 리더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더 나은 기업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



●근접성의 역할은 뭔가.



오리 “화상회의를 하면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보다 더 지루하게 느껴진다.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별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작용은 보통 회의 전후나 중간의 휴식시간에 더 많이 일어난다. 서로의 가족이나 최근의 여행 경험, 일상 속의 재미있는 일화 등을 얘기하면서 말이다. 이런 것들이 동료들과 진정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 준다. 대면회의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에서 물리적 근접성은 매우 중요하다. 복도 건너편에 있는 동료보다는 바로 옆자리의 동료와 업무 협조를 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근무하는 층이 다르다면 이건 더 말할 것도 없다. 두 사람의 업무 관련성보다 얼마나 가까이 앉아 있는 사람이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서로 협력하길 바라는 직원들을 경영자가 같은 물리적 공간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근접성의 중요성은 이게 끝이 아니다. 신체적 접촉도 매우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선수들끼리 종종 신체적 접촉을 하는 프로농구팀일수록 더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한다. 그저 상대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것만으로도 조직 내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공감대는 어떻게 형성되나.



롬 “지금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사람,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빠져들어야 한다. 누군가와 데이트 중이라고 생각해 보자.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신경을 다른 곳에 분산하지 말고 상대에게 집중해야 한다. 이제 그 사람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고 치자. (춤을 잘 추려면)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 아주 강력해진다. 나와 함께 하는 상대에 집중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공감대의 핵심이다.”



오리 “한 사람이 자신의 일에 완전히 빠져들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 순간 그 장소에 진정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존재감을 가진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울림’을 주게 된다. 간호사를 예로 들면 이런 존재감을 갖는 간호사들이 그렇지 못한 간호사들보다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생일이 같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가까워진다는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하지만 이런 유사성을 억지로 만들어 낼 순 없지 않나.



롬 “거짓말로 유사성을 만들어 내는 일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권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유사성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순 있다. 예컨대 번지점프에 푹 빠진 사람과 얘기한다고 치자. 나는 별 관심이 없더라도 ‘번지점프를 할 때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어보라. 번지점프가 주는 스릴이 내가 좋아하는 춤이 주는 그것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르지 않나. 사람들은 살면서 겉모습만 보고 나와 비슷한 점이 없다고 생각해 더 이상 깊이 알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오리 “유사성은 비즈니스에서도 강한 힘을 발휘한다. 비즈니스에서도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더 쉽게 어울리고 도움도 더 많이 주게 된다. 유사성은 질보다 양이 훨씬 중요하다.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같든, 좋아하는 책이나 음악이 같든 뭐든 좋다. 최대한 많은 유사점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라.”



●클릭에 도움이 되는 소속감을 어떻게 키울 수 있나.



오리 “스스로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점을 더 많이 느낄수록 그 집단에 소속된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감이 커진다. 또 같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일수록 친밀한 공동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더 크다. 같은 부대에서 복무했지만 함께 전투에 투입된 경험은 없는 군인들보다 전투를 함께 겪은 군인들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물론 직장에서 이런 어려움을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다. 함께 극기훈련 등을 하면서 도전과 극복을 경험하게 할 순 있다.”



롬 “기술 발달과 경제 성장으로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끈끈한 소속감이 없으면 쉽게 외로움에 빠진다. 내 삶에서 전적으로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 보라. 당신은 그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있나? 인터넷에서 하는 대화 말고 ‘진짜’ 대화 말이다. 나와 클릭했던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라.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적극적으로 유지하라는 얘기다.”



What Matters 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롬 브래프먼 “마치 마법처럼 내 주변의 것들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죠. 가슴 찡한 얘기를 듣거나 정말 아름다운 것을 볼 때, 그리고 그것들을 내 속에 담아서 느낄 수 있을 때가 내게는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들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순간들을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영혼의 연료라고 생각합니다.”



j 칵테일 >> 서로를 설득하는 형제



브래프먼 형제는 이스라엘 출신이다. 텔아비브에 살다가 형인 롬이 열한 살, 동생 오리가 아홉 살 때 미 텍사스주 엘패소로 옮겨 왔다. 문화·언어가 전혀 다른 나라에 오면서 형제는 서로에게 더 의지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 형제는 『클릭』 외에도 인간이 왜 비이성적 결정을 내리는지를 연구한 『스웨이』 등의 책을 함께 썼다.









롬 브래프먼(오른쪽)과 오리 브래프먼은 형제인 동시에 연구 동료다. 같은 현상을 미국 플로리다대 심리학 박사인 형 롬은 심리학적 눈으로,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인 동생 오리는 경영학적 시각으로 분석한다.







●전문 분야도 서로 다른 형제가 왜 공동 연구·집필을 하나.



롬 “기본적으로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공동 집필은 평생 해 왔던 협력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일 뿐이다. 물론 모든 사안에서 우리 형제의 의견이 같은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서로의 의견·관점이 다르다는 데서 편안함을 느낀다. 상대의 의견에 꼭 동의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 “형과 나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 준다. 같은 주제에 대해 나는 경영학적으로, 형은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서 말이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둘 다 흥미롭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 한 명은 그 주제나 아이디어를 정말 좋아하는데, 다른 한 명은 그다지 확신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럼 아이디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설득 과정이 우리 작업이 좀 더 가치 있는 것이 되도록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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