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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멀지 않은 원전에서 사고가 났어요, 목장의 양떼들은 어떡하죠

중앙일보 2011.09.10 00:28 종합 21면 지면보기








불새처럼 일어나

캐런 헤스 지음

유영종 옮김, 별숲

256쪽, 1만원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은 한반도에까지 전달됐다. 다름아닌 방사능 유출의 공포 때문이었다. 패닉에 휩싸였던 것도 언제였느냐는 듯, 이제 이 땅의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람들에겐 잊으려도 잊을 수 없는 치명적 기억일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일은 할머니와 함께 양떼 목장을 꾸리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소녀다.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도시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나 일상은 완전히 바뀐다. 마스크도 벗지 못하고, 방사능 측정기를 끼고 살며, 키우는 동물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것들을 먹을까 전전긍긍한다. 다행히 소녀의 목장은 방사능의 위험에서 벗어났다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 양털을 키우고 치즈를 만들어도 그걸 팔아줄 도시가 남아있지 않다.



  게다가 방사능에 피폭된 피난민 모자가 나일의 뒷방에 머물게 된다. 할아버지와 엄마의 죽음을 맞이했던 뒷방은 나일에겐 죽음과 이별의 방이다. 나일은 죽은 듯 누워있는 소년 에즈라에게 저도 모르게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피난민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친한 친구에게도 알리지 못해 우정엔 금이 간다. 피폭된 사람 옆에만 있어도 방사능에 오염될 거라는 편견이 나일을 침묵하게 만든 것이다.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에 이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지자 작가는 핵 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1994년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일상화된 방사능의 공포, 절망적 상황을 겪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원전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우정과 사랑, 인류애 등을 깨달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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