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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오바마 480조원 승부수 … 시장은 시큰둥했다

중앙일보 2011.09.10 00:26 종합 14면 지면보기



‘일자리 법안’경기부양 효과는



“석유시추 = 일자리” 미국 공화당 제프 랜드리(루이지애나) 하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합동 연설 중 ‘석유시추=일자리(DRILLING=JOBS)’라고 쓰인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전지역인 멕시코만 연안 정치인들은 그간 석유 시추를 늘리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미 정부는 지난해 4월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태 이후 석유 시추를 제한해 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사진) 미 대통령의 발언은 직설적이었다. 8일 저녁(현지시간) 의사당의 상·하원 합동 연설대에 선 오바마는 “지금 미국인들은 정치는 거들떠보지 않으며, 어려운 실생활에 대한 걱정만 있다”고 말했다. “수백만 우리 이웃이 일자리를 잃은 위중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위기가 이를 더 악화시켰다”고도 했다. 오바마는 이어 4470억 달러(약 480조원)를 투입하는 ‘미국 일자리 법안’(American Jobs Act)을 제안하면서 “정치적 서커스를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자”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안의 목표는 단순하다. 건설 노동자·교사·퇴역 군인·장기 실업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세금을 줄이면서 학교 시설 현대화와 교통 기반 프로젝트 등 사회 인프라 건설에 집중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역사적인 연설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국가적 위기 앞에 팔 걷어붙이고 당장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울림은 크지 않았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가 제시한 447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애초 예상됐던 3000억 달러보다 액수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꺾이고 있는 경기 회복세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전체의 절반인 2450억 달러가 기업과 근로자의 급여세 삭감에 충당됐다. 종업원 한 명을 고용할 때마다 기업과 근로자는 급여세를 내는데 이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엔 고용을 늘릴 인센티브를 주고 근로자에겐 소비 여력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 정도 세금 혜택에 고용을 늘릴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감원을 억제하는 효과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학교 시설 현대화(300억 달러)와 교통기반 시설 확충(500억 달러) 등 건설 프로젝트에 1050억 달러를 배정한 건 단기적인 부양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달리 주정부가 교사와 응급대원 해고를 미루도록 하기 위해 350억 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은 새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기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오바마가 제시한 ‘미국 일자리 법안(AJA)’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John Boehner)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제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일단 전향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안이 관건이다. 여야 동수로 마련한 12인 특별위원회가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협상하고 있는 마당에 지출을 늘리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재원 마련 대책으로 증세를 들고 나온다면 의회 통과는 물 건너간다. 공화당을 움직이자면 노인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이는 진보진영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다음 주 재원 조달 방안을 의회에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도 한국에 대한 칭찬과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일자리 법안을 설명하면서 “한국과 같은 곳에선 교사를 증원하는데 우리는 해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기아나 현대(차)를 살 수 있다면, 한국인들도 포드, 쉐보레, 크라이슬러(차)를 운전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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